군 서열 2위…김정은의 6번째 인민무력부장에 기용박영식 직책 무언급은 현영철 처형 부담 때문인 듯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 총정치국 출신으로 정무적 감각이 탁월한 박영식 대장을 집권 이후 6번째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에 기용해 눈길을 끈다.북한은 그러나 지난 4월30일 처형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후임에 박영식 대장을 임명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아직 공식 매체를 통해 그의 직책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제2차 군단예술선전대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 간부를 황병서(군 총정치국장), 박영식, 리영길(총참모장) 순으로 호명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이날 공연 관람 사진에서 박영식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오른쪽에, 황병서는 왼쪽에 각각 자리했다.
군 수행간부의 직책 대신 서열공개를 통해 인민무력부장에 박영식이 선임됐음을 공개한 셈이다.
박영식 대장의 군 서열이 황병서 총정치국장 다음이라는 것은 그가 숙청된 현영철의 후임에 임명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그가 리영길 총참모장을 제치고 군 서열 2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인민무력부장임이 분명해졌다.
박영식 대장은 군인들의 조직생활과 인사권을 가진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통 야전군인이자 총참모장 출신인 현영철에 비해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 김정은 체제에 잘 맞춰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군 공식 서열 2위에 박영식을 호명함으로써 그가 인민무력부장임을 공표한 것”이라며 “박영식은 총정치국 출신이라 여러 방면에서 조심스레 처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식의 임명으로 김정은 체제 들어 안민무력부장을 지낸 인물은 김영춘, 김정각, 김격식, 장정남, 현영철에 이어 6명이 됐다. 2011년 12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래 인민무력부장은 6개월마다 교체된 셈이다.
김영춘은 2012년 4월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한직으로 물러났고, 김정각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 장정남은 군단장으로 각각 좌천됐다. 김격식은 지난달 지병으로 사망했고 현영철은 처형됐다.
과거 김정일 체제와 달리 김정은 체제에서 인민무력부장 자리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공식적으로 최고통치자에 오른 이후 거쳐간 인민무력부장은 오진우, 최광, 김일철, 김영춘 등 17년간 불과 4명이다.
이 중 오진우, 최광은 사망으로 교체됐고, 김영춘은 김정은 후계체제에 맞춰 2009년 2월 임명됐다.
사실상 김일철이 2000년 9월부터 약 9년간 독점적으로 활동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인민무력부장의 잇단 교체는 권력기반이 허약하고 국정운영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사권을 통해 체제 다지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북한이 아직 박영식의 직책을 공식 언급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 비난을 샀던 현영철 전격 처형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13일 현영철 처형 사실을 공개하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박 대통령 등 남측의 ‘공포정치’ 발언만 거세게 비난했다.
또 과거 정치적 숙청이나 처형한 고위간부의 영상을 전부 삭제하던 것과 달리 현영철의 영상을 계속 내보내면서 국정원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현영철 처형건을 감출 수도 없어 점진적으로 현영철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4일 새로 방영한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지도 및 연설까지 한 중요한 행사인 제5차 군 훈련일꾼대회(4월 24∼25일) 부분을 통편집해버렸다.
이에 따라 현영철 숙청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한 채 그의 후임에 임명된 박영식의 직책에 대해서도 과거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시찰이나 행사 참석자 소개 방법으로 은근슬쩍 언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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