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대북전단·5.24조치 등 기존 주장과 요구 재탕
북한이 15일 6·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아 남북 당국간 대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피력했다.북한은 이날 최고의 권위가 실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그동안 외면해온 남북 당국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남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 성명이 ‘엄중한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 수습용’이라고 분명히 하면서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지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그동안 남한 정부를 거칠게 비난해온 북한이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절정기를 마련했던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계기로 대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는 점에서 일단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측 정부를 계속 비판하던 북한이 다시 한번 대화를 해보자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화할 생각이 있으니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뉘앙스의 차이가 주목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도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 전단살포 등 북한을 자극하는 비방 중단,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막고 있는 5·24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또 대북정책의 한미간 협력을 중단하고 흡수통일 정책도 포기하라는 주장을 폈다.
정부 성명이라는 최고 형식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사실 내용상으로는 그동안 남측에 요구해온 주장들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우선 북한이 요구한 ‘북남 사이의 접촉과 내왕, 교류와 협력을 가로 막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철폐’는 5·24조치나 금강산 관광 등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 사안에 대해 북한이 먼저 회담 테이블에 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미 합동군사연습은 우리 정부가 일상적인 군사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오는 8월 중순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오히려 남북관계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연한 대북접근을 통해 문제를 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제조건 부분을 부드럽게 해석하면 5·24조치와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유연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남측이 성의만 보여주면 대화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미 합동군사연습은 북한이 과거 남북관계 기상도나 기대에 따라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남측 정부의 향후 행보에 따라 유보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작년 2월에는 남북 양측이 고위급접촉을 거쳐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에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었다.
장용석 선임연구위원은 “5·24조치를 명시적으로 정부가 해제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적극 나선다든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승인,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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