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혁신위원들 릴레이 비판…86그룹 물갈이론·하방론 촉각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임미애 혁신위원이 24일 당내 ‘86그룹’(60년대생·80년대 학번)을 상대로 “또 다른 권력이 돼 버린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임 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청년 이동학과 586 이인영의 논쟁을 보며’라는 글을 올려 “우리의 20대는 당당했고, 독재에 굴하지 않고 민주화를 이뤘다”며 “찬란한 시절이 있었기에 ‘386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86세대는 아직도 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86 숙주정치’라는 말까지 들려온다”며 “’15년간 뭘 했느냐’는 청년들의 말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30대 혁신위원인 이동학 위원이 86그룹의 선두주자인 이인영 의원을 상대로 ‘하방(下放)론’을 편 데 이어 다른 위원들도 가세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자연스레 ‘86그룹 물갈이론’이 고개를 들지 주목된다.

임 위원은 1987년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경북 의성에서 소를 키우면서 농민운동에 매진했다. 본인도 86그룹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글에는 자성의 의미도 담긴 셈이다.

임 위원은 이 글에서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권력이라는 괴물과 싸우다 86세대가 또 다른 권력이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같은 비판을 내놓게 된 이유에 대해 자신이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후 곁에서 지켜본 86그룹 정치인들의 모습에 실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은 “86그룹 정치인들이 뭘 고민하고 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본인들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이 있고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들이) 당과 국민의 요구에 관심이 있었다면 새정치연합이 지금과 같은 모습일 리 없을 것”이라며 “’내가 살아야 사는 거다’라는 딱 이정도(의 태도) 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위원은 “86 동지 여러분, 그간 무엇을 했나. 친노, 비노가 아닌 동지들의 정체성은 뭔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국민의 삶을 살뜰히 살피는 정치인이 되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당부했다.

앞서 15일에는 이동학 위원이 86그룹 대표주자격인 이인영 의원을 상대로 “선배들은 든든한 후배 하나 키워내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험지’로 내려가 출마하라는 하방론을 제기했다.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의 공천개혁 작업 착수를 앞두고 기득권 세력이 된 86그룹에 대한 비판론이 고조되면서 ‘86그룹 물갈이론’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에서 혜택을 본 인사들이 ‘헌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86그룹을 대상으로 한 ‘적진 차출론’이나 4선 이상 중진들의 ‘용퇴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