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시도 실패”, 제재강화 목소리…”4자회담 병행해야”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 포기’를 골자로 하는 9·19 공동성명 채택 10주년을 앞둔 가운데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유성옥)이 28일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공동으로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의 모색’을 주제로 9·19공동성명 10주년 학술회의를 연 것.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해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6자회담과 병행해 북한이 관심을 끌 수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남북미중)을 열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북한 제재책의 미신 벗기기’라는 제목으로 ▲제재로는 북한처럼 고립된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제재를 받는 나라다 ▲미국이 더 이상 북한에 가할 제재가 없다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중국은 선택적 금융 제재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등 5가지 가정을 미신으로 규정하며 보다 강력한 압박과 제재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아무리 고립돼 있어도 국제금융질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BNP 파리바 프랑스 은행은 수단, 이란, 쿠바와 금지된 금융거래를 처리하다 89억7천만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면서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 과정에서 사용했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제재를 받는 나라’라는 미신이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저지른 실수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북한이 오히려 이란보다 저 약한 제재를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재재를 가하는 것은 소용없다’는 가정에 대해서도 2005년 마카오에 본사를 둔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대한 미국의 ‘돈세탁 요주의’ 지정을 거론하며 “한 북한 협상단 관계자는 백악관 고위관계자에게 ‘당신이 결국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다’고 시인했다”고 전하며 북한에 여전히 ‘급소’가 있음을 강조했다.
’북한에 더 이상 가할 제재가 없다’는 가정에 대해서는 “미얀마는 북한보다 10배 (더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 향후 북한에 더 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커트 캠벨 전 미 동차태 차관보의 언급을 반론 근거로 삼았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EU(유럽연합), UN 모두 북한에 이란보다 더 약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효과적인 도구가 있는데 이 도구를 이용하겠다는 결단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카라피노 헤리티지 재단 부회장은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결과, 아랍 속담의 ‘낙타의 코’(낙타가 천막으로 코를 들이대면 머지않아 몸이 따라 들어온다는 뜻)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이란은 이전까지는 ‘용납불가’로 선언됐던 활동들에 대해 국제적 승인을 얻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핵) 협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합의가 과거 연이은 유엔 결의안을 무력화했던 이란의 핵 역량을 허용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무시해버린다”고 지적하고 “대북 핵협상을 재개할 경우 북한이 이란의 선례를 들면서 현재 유엔 결의안이 요구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약화된 규제 조건을 요구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6자회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는 이상, 거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북한에 ‘6자-4자회담 병행추진’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동결 선언후 6자회담 재개’→’6자회담 재개후 북한의 핵동결 확인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중 4자회담 시작’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담론을 개발하면서 주변국과 압박과 대북 지원의 패키지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하고, 현재 김정은(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핵·경제 병진노선과 대남전략이 원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와 함께 설득해 행동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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