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회담 10월10일 전 어려울 듯…北 이산상봉 위협까지

남북 당국회담 10월10일 전 어려울 듯…北 이산상봉 위협까지

입력 2015-09-30 10:54
수정 2015-09-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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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창건 70주년 이전 남북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가 남북 기싸움…北 장거리로켓 발사 준비 징후는 아직 없어

남과 북이 지난달 25일 판문점 고위급 접촉에서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당국회담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월 10일 이전에는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우려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선뜻 당국 회담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도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빌미로 ‘8·25 합의’ 이행의 첫 단추로 꼽히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마저 위협하고 나서 남북관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홍용표 통일장관, 내달 6일까지 통독 25주년 행사로 국외출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행사’에 정부대표로 참석한다. 이를 위해 홍 장관은 이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해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한 뒤 내달 6일 귀국한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인 홍 장관이 일주일이나 국외 출장을 떠나는 것으로 볼 때 10월 10일 이전 당국 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홍 장관의 국외출장 기간에 당국 회담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0월 10일 이전 당국 회담 가능성을 낮게 봤다.

특히 얽히고설킨 남북관계 현안을 풀 장관급 당국 회담을 하려면 사전에 예비접촉 혹은 실무접촉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10월 10일 이전 장관급 당국 회담은 열흘 남짓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계기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전략적 도발 가능성 때문에 당국 회담 제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도 노동절 창건 7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어 당국 회담은 물론 민간 교류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국 회담을 하려면 8·25 합의 이후 대화로 가는 일련의 흐름을 타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당국 차원에서 서로 신경전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8·25 합의를 이행하려면 이산가족 상봉보다 당국회담이 중요하다”며 “당국회담에서 합의 이행을 위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고 남북관계 핵심 의제를 다뤄야 하는데 회담이 안 열림에 따라 8·25 합의 이행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北, 朴대통령 유엔 연설 맹비난…이산가족 상봉 위협

8·25 합의 첫 단추로 남과 북이 지난 7~8일 판문점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전날 대변인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극악한 대결망동’이라고 비난하고 이산가족 상봉이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위협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비판하고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한 것에 대해 북측은 이산상봉 행사 위협으로 답변한 것이다.

북측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연계해 대북전단과 북한인권법을 비난한 적은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무산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지난 적십자 실무접촉 이후 처음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한 이러한 북측의 반응은 실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키려는 포석이라기보다는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김용현 교수는 “현 국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북측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기 싸움에서 밀리면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든 하지 않든 끌려갈 수 있기 때문에 대응수위를 높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도 “남측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며 “너무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 北 장거리 로켓 발사 여부 주목…준비 징후 아직 포착 안 돼

노동창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여부는 남북관계의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최근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수차례 시사했지만, 실제 발사 준비에 돌입했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10월 10일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려면 평양 인근 병기공장에서 동창리 발사장으로의 로켓 기체 이동이 시작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발사 예정기간과 낙하지점이 통보돼야 하나 아직 그런 움직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더라도 10월 10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10월 10일 이전에 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발사를 하더라도 발사 시기는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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