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물갈이’ 지렛대 활용 움직임…비박 “공천학살 도구 안돼”
4·13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논란의 초점이 여성·신인 가산점과 결선투표 제도로 모아지고 있다.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정치신인의 폭넓은 등용, 경쟁력 있는 후보 선출이라는 나름의 명분을 갖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현역 물갈이를 둘러싼 계파 간 이해관계와 갈등이 내재해 있어서다.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는 30일 오후 회의를 열어 쟁점으로 부각된 여론조사 가산점과 결선투표의 적용 기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가산점의 경우 신인에게 10%, 여성·장애인 신인에게 20%를 주는 방안을 마련한 가운데 당 최고위원회의 주문에 따라 신인이 아닌 여성에게도 10%를 주는 방안이 추가로 검토된다.
문제는 신인의 개념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한 번이라도 도전한 적이 있다면 신인으로 볼 수 없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이를 장·차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비서관까지 확대할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가령 인천 연수구에서 맞붙는 민현주 의원과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여성에게만 가점을 주면 민 의원이, 그렇지 않고 선거 출마 경험이 없는 신인에게만 가점을 주면 민 전 대변인이 유리하다.
대구 동구갑의 류성걸 의원에게 고교 동기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도전장을 낼 경우 정 장관은 10%의 가산점을 깔고 경쟁을 벌인다. 서울 중구에선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여성 신인으로서 2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서울시장 출마 경력이 있는 지상욱 당협위원장은 가산점이 없다.
친박(친박근혜)계 유기준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에 출연해 “행정부의 경험이 있거나 또 다른 쪽에서 상당한 커리어(경력)를 쌓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보인다”며 신인의 범위를 폭넓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 홍일표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정무직 장관을 했거나, 청와대 참모 중에서 홍보수석, 정무수석, 대변인 이런 분들은 언론에 항상 노출됐기 때문에 지명도가 대단히 높다”며 “가산점까지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더해지는 변수가 결선투표다. 특위는 결선투표를 도입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어떤 경우에 결선투표를 도입할지, 결선투표를 치를 경우에도 가점을 적용할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결선투표 도입 요건으로 당내에선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와 ‘1·2위가 오차범위 접전일 때’로 맞서고 있다.
결선투표에까지 가점을 주면 영향력은 훨씬 커진다. 2·3위 후보가 연합해 1위 후보와 맞서면서 가점까지 얻으면 1위 후보를 손쉽게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인위적 컷오프를 통한 물갈이는 공천 불복을 불러올 수 있지만, 룰에 따라 물갈이가 이뤄지면 반박의 여지가 없다.
상대적으로 물갈이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데다 주류로서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인 친박계와, 주류에서 주도하는 ‘공천 학살’을 우려하는 비주류 비박계는 결선투표 가점 부여에 대한 입장 차가 첨예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 강석훈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차 투표에서만 신인이고, 결선 투표에 가면 신인이 아니라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며 “개별 지역구의 유·불리를 떠나 신인에게 가점을 준다면 1차 투표와 결선 투표에 일관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 홍일표 의원은 연합뉴스에 “결선투표에 가점을 주는 것은 너무 지나친 특혜라는 현역 의원들의 항의가 많다”며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를 겨냥한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사실상 컷오프의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도 논란이 예상된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전체 현역 의원을 수도권·영남권·충청권 등 권역별로 평가, 해당 지역의 당 지지율을 밑도는 의원은 부실한 의정 활동과 경쟁력 저하의 방증인 만큼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