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처음처럼’, 저의 정신이 돼…소주한잔 올린다” 내일 조문 安, 한상진과 오늘 조문…“낡은 정치 바꾸겠다는 말에 ‘잘해보라’고 해”
야권 인사들은 16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별세 소식에 저마다 고인의 삶을 떠올리며 한목소리로 애도했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가칭 ‘국민의당’을 추진하는 안철수 의원도 신 교수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각별한 추모의 뜻을 전했다.
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신영복 선생님은 대선패배에 누구보다 아파하시고 다 함께 정권교체 꼭 해내자고 격려해주셨던 분”이라며 “선생님이 제게 써주신 ‘처음처럼’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써주신 ‘우공이산’은 저의 정신이 되고 마음가짐이 됐다. 선생님께 소주 한잔 올린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신 교수와 가끔 만나 조언을 구한 사이로, 17일 서울 성공회대 대학성당에 마련된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특히 더민주는 최근 개정한 당명인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가 신 교수의 저서 ‘더불어숲’에서 기인한 표현인 점을 들어 “신 교수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표는 “우리당 당명 공모 때 ‘더불어민주당’ 제안자는 공존과 연대를 강조한 신영복 선생의 ‘더불어 숲’의 정신을 본받자는 취지라고 밝혔다”며 “선생님은 떠나셔도 선생님의 정신이 우리당 당명 속에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신을 거두지 않는 좋은 세상으로 편히 떠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2006년 소주브랜드 ‘처음처럼’을 만들 때 고인의 서체를 활용해 그의 글씨를 대중에게 알린 홍보전문가 출신의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선생님의 가르침이 더욱 필요한데…이렇게 황망하게 떠나시니 마음이 미어진다”며 ‘더불어민주당’ 당명과 관련, “선생님께서 ‘더불어 숲’이 돼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우리에게 큰 선물 ‘더불어’를 주고 가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한상진 공동창당추진위원장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한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야권 일각에서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안 의원은 조만간 효창공원내 김구 선생의 묘역을 찾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선생님은 정말 맑고 선하신 분”이라며 “시대의 위대한 지식인께서 너무 일찍 저희 곁을 떠나 참담한 심정이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은 우리 후대까지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성공회대 강연에 왔다가 신 교수와 만났던 일화를 소개, “쓰신 책도 주시고 여러가지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새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시고,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고 시작했으니 정말 기대한다’, ‘열심히 잘 했으면 좋겠다’, ‘잘해봐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도 “진주같은 깨끗한 마음, 글, 사상으로 후학들을 가르치다 너무도 빨리 돌아가셨다”고 애도했다.
안 의원은 이날 추모전시관내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깨려면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라는 고인의 서예작품 앞에서 말을 이어갔다. 안 의원측 관계자는 “국민이 밖에서 깨주고 우리도 안에서 깨야 기득권을 깨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영입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의 전날 만찬 회동에 대해선 “특정인과의 일을 말씀드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SNS에도 고인을 추모하는 야권 인사들의 애도글이 이어졌다.
박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글에서 “성공회대의 더불어숲 강의에 다녔던 나에게 신영복 선생님은 ‘얼마나 힘들어요?’ 하시면서 서예를 권하며 붓 잡는 법을 가르쳐주셨다”며 “먹을 가는 단아한 마음, 금처럼 제련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고인을 떠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