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논란…김종인 “시기 못박는 것 무리…헌재 판결 감안해야”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세종시로 국회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포퓰리즘 논란에 이를 사실상 백지화했다.논란을 접한 김종인 대표의 지시에 의해서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 세종시 이전 문제가 첫 공약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여론 악화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전체 총선 판도에 악영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애초 당 홈페이지에 올린 총선공약집에서 ‘국회 세종시 이전’을 내걸었다.
올해 안에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만들고,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 세종시로 국회를 옮기겠다는 것이 공약의 골자다.
그러나 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되, 전체 국회를 이전하는 문제는 앞으로 장기적으로 심도있게 검토하자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행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20대 국회 중에 옮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마지막에 김 대표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단장에게 “시점을 못박는 것은 무리”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청와대·국회·대법원은 서울에 있으라는 취지다. 당장 옮긴다고 하지말고 장기적 과제로 추진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한을 정하지 않고 장기과제로 바꿨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공약을 백지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전날 해당 공약이 언론에 알려지고, 여권을 중심으로 “충청권 표심을 노린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점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약 결정 과정에서 김 대표 등 지도부에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총선공약단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 총선공약단의 한 관계자는 “처음 세종시 공약을 봤을 때 다들 갸우뚱 했다. 실무진이 다 논의가 됐다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나중에는 정리도 되기 전에 발표가 됐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김 대표 역시 “왜 정리가 끝나지 않은 사안을 공약집에 포함시켰느냐”는 취지로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를 주장한 것이 이번 공약이 출발했다는 설명도 있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등 혼선이 거듭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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