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외출 막고, 숙소앞 편의점서 맥주만 홀짝여
“숙소 밖에서 술판 벌이지 말라”12일 밤 광주에서 20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때아닌 ‘금족령’이 내려지는 등 삼엄한 경계모드가 발효됐다.
4·13 총선에서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0대8로 전패, ‘반성문’을 쓰겠다고 내려온 마당에 자칫 긴장감을 늦추고 ‘도덕적 해이’를 노출했다간 가뜩이나 텃밭 민심이 싸늘한 가운데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이에 따라 원내지도부는 1일차 워크숍 일정이 끝난 직후인 12일 밤 숙소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 이탈시 상임위 배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극약처방’ 카드까지 내밀었다.
실제 13일 0시가 넘은 조금 시각, 의원들의 숙소 앞에서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숙소 밖으로 나가면 상임위원회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밖으로 나가려는 초선 당선인의 팔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자들과의 약속이 있다는 이 당선인의 설명에도 박 수석부대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결국 이 당선인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단 원내지도부는 숙소 선정에서부터 ‘불미스러운 사고’를 막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통상적으론 호텔 등 숙박업소와 유흥시설이 밀집한 상무지구에 숙소를 마련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자칫 술자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노파심에서 이번엔 이 지역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으로 장소를 잡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날 밤 숙소 주변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나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의 신경전이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숙소 밖으로 나가려던 의원들은 호텔 문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박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제지를 당했고, 중진인 김진표 당선인도 ‘문지기’를 자청해 의원들의 출타를 자제시켰다고 한다.
실랑이 끝에 숙소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가벼운 맥주를 마시는 것까지는 허용하는 타협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마저도 박 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의 지근거리에 자리를 잡고 ‘감시 아닌 감시’에 나섰다. 그는 편의점 앞을 지나쳐 나가는 당선인들에겐 “마지노선을 넘으셨어요. 선 넘으시면 상임위 불이익 드립니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호텔 안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 안주를 펼쳐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포를 풀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광주에 온 것은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끄럽게 술자리를 펼 수 있겠나”라며 “당선인 모두가 광주라고 하는 특별한 지역에 워크숍 온 이유를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절제하기를 당부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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