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요구에 라오스 재협의 회의소집…한미일 “있을수 없다” 제동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에 강한 불만을 품고 수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북측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 종료(26일) 이틀 뒤인 28일 의장국인 라오스 측과 만나 성명 수정을 요구했으나 라오스 측은 다른 모든 회원국이 동의한 상황이고, 이미 발표된 문안이기 때문에 수정할 수 없다고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8일 숙소인 비엔티안의 호텔에서 “ARF 의장성명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연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라오스 외무상에 가서 다시 좀 알아보라”고 언급, 이미 발표된 의장성명 수정 시도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리 외무상이 ARF 외교장관회의가 26일 종료됐음에도 이틀간 라오스에 머문 이유가 뒤늦게 풀린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리 외무상의 이 같은 언급을 거론하며 “북측이 의장성명 발표 후에 라오스 측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는데, 라오스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측의 불만제기에 라오스 측은 28일 오전 우리 정부를 비롯해 몇몇 나라에 당일 오후 문안 협의를 하자고 제의했다.
북측은 또 자신들의 핵 개발이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는 취지의 주장을 의장성명에 반영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정부를 비롯한 미국, 일본, 캐나다 측과 현지에서 대응방안을 공조한 뒤 라오스 측에 각각 의장국이 권위를 갖고 최종적으로 공표한 의장성명을 수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국제관행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라오스 측에 강하게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관련국들이 반발하자 라오스 측은 북측과 양자 실무협의를 하고, 수정 불가를 통보했다.
ARF 의장성명은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 지난 9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날짜까지 적시하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아세안 측의 지지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해 안보 결의의 준수를 촉구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역대 ARF 의장성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의 문안”이라면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데뷔 무대에서 강력한 문안이 발표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4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 선언문, 5월 G7(주요 7개국) 정상선언, 6월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서울총회 발표문, 2주 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의장성명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에 대해 강력한 규탄과 확고한 북핵불용 메시지를 발신해온 연장선”이라면서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를 명확히 각인시킨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RF 성명 외에도 아세안(ASEAN) 관련 연쇄회의의 하나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아세안 외교장관회의(AMM) 등에서 발표된 성명도 지난해와 비교할 때 상당히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