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위안부 언급 없이 “역사직시 가운데 미래지향적 관계로”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예년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간략해졌다.박 대통령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 71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축사에서 대일(對日)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부분은 전체 경축사를 통틀어 해당 문장이 사실상 전부다.
이는 대일 현안과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던 예년 경축사와 비교해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직후에 이뤄진 지난해 경축사에서는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최근 경축사에서 “역사의 진실은 마음대로 가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것”(2014년),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2015년)라며 공통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강조했었다.
올해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한일관계와 관련해 함축적 언급에 그친 것은 양국이 지난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거치면서 ‘12·28’ 위안부 합의를 타결하고 관계 정상화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양국의 위안부 합의 이행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지난 1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예산 10억 엔을 신속하게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민감한 갈등 현안이 줄어든 만큼 대일 촉구성 메시지는 자제하고, 앞으로의 한일관계 방향성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언급하는 쪽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10억 엔 출연과 관련해 “한국 측은 (박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을 미래지향적 내용으로 할 수 있도록 일본 측에 15일 이전에 결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의 10억 엔 출연 약속 등 합의 이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삼간 것은 봉합 단계에 접어든 한일관계가 새삼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경축사에서 한일관계 관련 언급에 이어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선제적이고도 창의적인 사고”라는 메시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 비판론이 여전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합의의 정당성을 에둘러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한일관계가 일단 ‘관리모드’로 들어갔다는 것”이라며 “ 위안부 합의를 잘 이행해 건설적 관계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