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대응 자제 속 “하필이면 러ㆍ중 순방외교 앞두고…”정진석 “시진핑이 왜 강행하냐 물으면 뭐라 대답하나”
청와대는 2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전날 ‘사드 발언’을 놓고 공식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ㆍ중국 순방외교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출국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대응을 주제로 주변 강대국과 숨 가쁜 순방외교를 펼치기 직전 정 의장의 사드 비판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의전서열 2위이자 삼부요인 중 한 명인 정 의장이 사드 한반도 배치에 제동을 거는 듯한 언급을 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한국 내에서조차 갈등이 심각한 사안’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다만 정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여야가 정기국회 초반부터 대치국면에 접어든데다 입법부 수장 발언을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평가하면 3권 분립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루는 모습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정 의장 발언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특별히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청와대 내에선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 결정 후 처음으로 한중ㆍ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사드 외교’에 나서는 만큼 정 의장의 발언은 정상외교에 부담을 안겨줬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만약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한국 국회의장이 반대하는 사드 배치를 왜 하려고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면 박 대통령 대응이 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위한 출국을 앞두고 하필이면 이런 발언이 나와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 의장 발언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사드와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정상회담 조율중) 등을 상대로 펼쳐지는 이번 순방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순방은 아시다시피 현재 엄중한 경제·안보 상황에서 주요 관련국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제공조를 재확인하는, 아주 대단히 중요한 순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유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정 의장 발언에 대해 “국익을 해치는 망언”이라면서 “시 주석이 ‘당신네 나라 서열 2위인 국회의장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데 왜 강행하려 하나’라고 물으면 박 대통령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전날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한다”고 발언해 여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