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시 후폭풍 따를 듯…2野 책임론 공방 벌일듯박지원 리더십도 시험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에 대한 23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결과 여하에 따라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비교적 탄탄하게 이어져온 ‘거야’(巨野)의 공조 대오가 기로에 설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121명)과 정의당(6명), 친야 성향의 무소속(5명)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해임건의안 처리요건인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19명이 더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표결에 ‘보이콧’하기로 한 가운데, 국민의당 의원 38명 중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해임건의안이 처리되는 셈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정할지에 대해 결정키로 했다.
국민의당 의원 상당수는 아직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고 고심하는 표정이다.
당초 야 3당 공조로 해임건의안 제출 방침을 내놓았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과 접촉한 사실을 공개하며 “의회정치에서 정부·여당은 실리를 택하고 야당은 명분을 갖는 것인데, 두 분과의 대화 결과는 박 대통령은 명분도 실리도 다 갖고 야당은 당신이 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 제출 의사를 번복하는 데 앞장섰던 황주홍 의원은 블로그에 “김 장관에 대한 3가지 의혹 중 2가지는 해소됐다”면서 “어떤 기성 정당의 뒤꽁무니를 따라 다니거나 낡은 정치행태를 답습한다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고 반대표를 던질 것임을 예고했다.
국민의당이 당론을 정할지는 미지수다.
정동영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 당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장병완 의원은 “자유투표를 해야 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는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 단속을 벌이면서 국민의당을 압박했다. 가결 쪽에 희망적 기대를 걸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민주 핵심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공은 국민의당으로 넘어가 있다”면서 “박 비대위원장이 해임건의안 처리를 약속했었기 때문에 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으로부터 25표 정도는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국회에서 대기할 것을 권고했다.
새누리당이 본회의 입장을 거부하면서 이날 오전 10시 예정된 대정부질문이 오후 2시로 연기돼, 해임건의안 표결이 저녁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이 부결될 경우 야권 공조의 틀이 상당히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민주는 국민의당을 상대로 ‘새누리당 2중대’라며 공세를 펼치는 등 책임론 공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민심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도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더민주는 내년도 예산안 및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공조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 공세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박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으면서 원심력이 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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