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방한일정 마치고 뉴욕행…미중협상 다시 본격가동“열의갖고 돌아간다”…‘제재수위 이견’ 중국 여전히 숙제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11일 ‘신발끈을 고쳐매고’ 귀국길에 올랐다.지난 8일부터 시작된 방한 일정을 마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이라는 어려운 숙제 해결을 위해 다시 임지인 뉴욕을 향해 떠난 것이다.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 도출을 위한 협상을 주도하는 파워 대사의 방한은 북핵 및 북한 문제의 현실적 위험성과 해결의 절박성을 현장에서 보고 들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워 대사는 방한 기간 남북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을 방문하고, 탈북민 정착교육기관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와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탈북자의 자택을 찾아 다양한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는 등 파격행보를 선보였다.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차기 유엔대사로 내정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청와대 관계자 등도 만났다.
파워 대사는 방한 기간 북한 위협의 근접성과 태어난 곳에 따라 자유를 누리거나 억압을 받는 ‘무작위성’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제의 시급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는 결기도 보였다.
파워 대사는 전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내일 비행기를 타면서(출국하면서) 이 협상을 매듭짓기 위한 열의를 갖고 (유엔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서 자신의 임무를 환기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도출을 위한 미중간 협상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황금연휴를 계기로 잠시 주춤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의 황금연휴가 끝나고 파워 대사가 유엔으로 복귀함에 따라 다시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한미를 중심으로 기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270호)에 넣으려다 중국의 반대로 빠진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민생 목적의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돼왔던 북한산 석탄·철광석 수출금지 등 북한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죌 강력한 제재를 결의안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북한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고강도 제재에는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 달을 넘겼지만 미중간 안보리 결의 협상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 협상을 진행 중인 파워 대사가 방한한 것 자체가 미중간 협상의 난항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파워 대사는 “안보리 협상에서 가장 큰 도전은 나머지 14개 회원국이 있다는 사실”이라는 언급으로 중국과 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파워 대사는 중국과 “최고위급 논의 기조를 유지하고 심화할 예정”이라면서 점잖은 표현으로 중국 측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신속히 도출하려는 미국과 제재수위에 이견을 보이는 중국 간의 협상은 파워 대사가 방한 중에 한 말처럼 더욱 “강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워 대사는 국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개인과 기관에 대한 2차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대량살상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거래 혐의 등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랴오닝훙샹그룹과 같은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파워 대사는 “우리가 가진 야심을 희생시키거나 결의안을 부족하게 만들 의도는 없다”고 밝혀 시간에 쫓겨 제재수위에서 양보할 생각은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미는 신속한 안보리 결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까지 걸린 57일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