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블랙리스트 피해? 외부 강의 갑자기 못하게 됐다”

[일문일답] “블랙리스트 피해? 외부 강의 갑자기 못하게 됐다”

김지수 기자
입력 2018-01-15 14:32
수정 2018-01-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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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관리 혁신 TF 발표…“중립적 기록 관리, 정부 따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

이상민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기록관리 혁신 TF 활동결과 기자회견’에서 지난 박근혜 정부 아래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라 “외부 강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갑자기 못하게 하더라”고 피해 사실을 밝혔다.

국가기록관리 혁신 TF는 2015년 10월 22일 국가기록원이 장관에게 보낸 현안 보고에서 이 협회장을 ‘동아시아기록협의회(EASTICA)’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국가기록원이 한·중·일 국가기록원장 회의를 통해 저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이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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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결과 발표하는 안병우 위원장
’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결과 발표하는 안병우 위원장 행정안전부 산하 민간전문가 14명으로 꾸린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 안병우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협회장은 지난해 11월 EASTICA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다음은 이 협회장을 비롯한 국가기록관리 혁신 TF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이른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어떤 피해를 보았나.

▲ (이상민 협회장) 나는 국가기록원 전문위원으로 9년간 근무했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했다. 국가기록원을 그만두고서는 기록 관리와 관련해 대학원에서 강의하며 학술 연구자로 활동했다. 당연히 국가기록원에서도 강의나 강연을 많이 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에 사람이 올라가 있다’·‘엑셀로 된 명단을 봤다’·‘출력하지는 말라고 했다더라’는 말이 들리는 즈음 강의하기로 돼 있던 것이 곤란하게 됐다고 제자들이 그러더라. 예정된 외부 강연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주로 강의나 강연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인데 그런 부분이 다 사라진 거다. 물론 내 능력이 안 되거나 그분들(국가기록원 상부)의 성향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명단(블랙리스트)에 있는 사람이 국가 기록에 관련된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피해 상황이 있는 것이다. 사무총장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하려 했더나 국가기록원장이라는 사람이 가서 저지하다니 참으로 뻔뻔스러운 일이다.

-- 국가기록원 블랙리스트의 근거로 제시된 2015년 3월 장관 보고 문서를 보면 “일부 직원이 외부 진보 좌편향 인사와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돼 있다. 기록 관리에서 ‘좌편향’이란 어떤 의미인가.

▲ (안병우 국가기록관리혁신TF 위원장) 우리는 국가 기록과 관련해서 원칙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처리하려고 노력해왔다. 예를 들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공개돼서는 안 되는 사안이고, 이를 유출해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록 관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상부의 압력에서도 독립해서 일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껄끄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 이번 조사에서는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고발 사건을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주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 근거로 공개한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 문건 사본 확보 경위는.

▲ (심성보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 2008년 7월 19일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실에서 국가기록원장을 불러 고발장 초안과 증거 서류라는 135쪽 분량의 문서를 전달했다. 국가기록원장은 이를 고발 준비를 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문서로 받기 부담스러워 공문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실에서는 이틀 뒤인 7월 21일 고발장 초안을 제외한 이 증거 서류 135쪽을 국가기록원에 공문으로 줬다. 국가기록원에서는 135쪽 분량의 이 자료를 받아 7월 24일 고발장을 제출할 때 첨부 서류로 상당 부분을 냈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가기록원에 내려보냈다는 1페이지짜리 문서(공문)는 비공개라고 찍혀 있어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 당시 국가기록원의 상급 기관인 행정자치부 장관은 수사 의뢰 대상에서 왜 빠졌나.

▲ (안병우 위원장) 당시 국가기록원장은 “이 일(블랙리스트 작성)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우리는 문서 상으로 이런 일이 있었기에 확인을 위해 수사 의뢰한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윗선 지시에 의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만약에 수사를 하게 된다면 (윗선의 존재 여부도)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ICA 서울총회 준비 과정에서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이 ‘특정인 4명’을 배제해달라고 담당 과장에게 요청한 진술을 확보했다던데.

▲ (안병우 위원장) ICA 총회는 민간기구와 국가가 협력해 거버넌스 방식으로 참여하는 행사다. (국가기록원은) 조영삼 당시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과장을 개인적 활동 이력을 문제 삼아 배제 요청했다. 개최 도시의 기록 관리 담당자를 배제한 것이다. 이는 개최 도시의 기록 관리 기관과 협력한 기존의 관행을 무시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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