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이 올지 모르니”…60여년 한자리 지킨 모정

“운봉이 올지 모르니”…60여년 한자리 지킨 모정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8-24 15:35
수정 2018-08-24 15: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장구봉씨, 24일 북측 형과 상봉…형이 떠난 그곳에 지금도 살아

“어머니가 ‘혹시 운봉이 찾아오면 어떡하느냐’면서 이사를 일부러 안 하셨죠.”

24일 금강산에서 북측 형 장운봉(84) 씨를 만나는 장구봉(80) 씨는 전날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집결지인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취재진과 만나 강원도 속초에 계속 눌러살게 된 사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장구봉 씨는 어머니, 형과 함께 지금의 속초인 양양군 속초읍 논산리에 살고 있었다.

당시엔 38선 이북 지역이어서 피난길에도 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17살이던 장운봉 씨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며칠 있다 오겠다”며 나간 뒤로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이후 장운봉 씨와 함께 나갔다가 돌아온 동네 사람들로부터 ‘공습을 당해 헤어졌다’며 ‘장 씨가 죽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장구봉 씨는 지금껏 형과 만남을 체념한 채 살았다.

이런 장구봉 씨와는 달리 어머니는 형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믿고 이사도 하지 않은 채 같은 곳에 살았다. 당시 속초읍 논산리는 현재 속초시 조양동으로 바뀌고 초가집은 대단지 아파트로 바뀌었지만,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장구봉 씨는 “어떤 경우라도 (자식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않으니까,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사신 거죠”라며 1999년 별세한 어머니를 떠올렸다.

장 씨는 형을 만나는 심정에 대해 “며칠을 잠을 못 잤다”면서 “막 기쁘지는 않고, 70년이 넘도록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착잡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