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과 협의 중단하나 방위협력 노력”…‘봉합’ 의도 해석도
한국 군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국방부 유튜브 캡처
국방부 유튜브 캡처
한일간에 강제징용 배상이라는 중대 현안이 있고, 내달말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비핵화 이행 국면으로 접어들 때 한일간 공조할 필요성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 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방위성은 21일 자국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탐지했다는 레이더 경보음을 공개하면서 한국과의 관련 협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방위협력을 위해서는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혀 일본 측이 이날 발표를 계기로 한일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사실관계’에서 양측의 입장차이가 첨예해 사태의 ‘출구’ 모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日 “한일 협의 중단”…韓 “객관적 검증 적극 응해야”
방위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국 레이더 조사(照射·비춤) 사안에 관한 최종견해에 대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진실 규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협의 계속은 이미 곤란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계속해서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의 계속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위성이 ‘최종견해’라면서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문제와 관련해 추가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양국간 협의를 중단한다는 일본 방위성의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측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와 같이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에 적극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방부는 특히 “일측이 제시한 전자파 접촉음으로는 우리가 요구한 탐지일시, 방위각, 전자파의 특성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으며,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이라고 지적했다.
방위성이 공개한 레이더 경보음은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STIR)를 조사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방부는 다만, “우리 정부는 공고한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더불어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 발전시켜 갈 것”이라며 일본과 군사협력은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일단 두 나라 모두 ‘파국’은 피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 한일, 한달 이상 접점 못찾고 평행선
한일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은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 구조작전을 하던 중 일본 초계기(P-1)가 접근하면서 불거졌다.
일본 방위성이 다음 날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에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하자, 우리 국방부는 즉각 레이더 조사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국방부는 오히려 일본의 초계기가 낮은 고도로 위협 비행을 했으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열린 실무급 화상회의에서 우리 군은 일본 측에 초계기가 탐지했다는 레이더의 주파수 특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일본 방위성은 오히려 화상회의 다음 날인 28일 초계기가 촬영한 당시 동영상을 공개해 한일 갈등을 키웠다. 일본어와 영어로 제작된 이 동영상에는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일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다.
이에 우리 국방부도 우리 해군 함정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영어, 중국어, 일본 등 6개국 언어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양국의 갈등이 국제선전전으로 비화한 셈이다.
한일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을 풀기 위해 장성급 협의를 가졌지만, 역시 평행선을 달렸다.
당시 우리 측은 일본이 레이더 조사 사실을 입증하려면 초계기가 탐지한 정확한 레이더 주파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주파수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일본 측은 초계기가 탐지한 레이더 주파수 정보를 끝내 공개하지 않고 이날 레이더 경보음만 공개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일본 방위성이 오늘 공개한 전자파 접촉음은 사실 규명에 도움이 안 된다”며 “실체를 알 수 없는 음성 정보만 내놓고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