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만류 무시하고 계속 선거유세” 黃 “검표원이 아무 얘기 하지 않아 입장”
규정 무시한 ‘정치인 권위의식’ 도마에업계 “경기장 내 선거운동 해외토픽감”
중앙선관위 ‘공명선거 요청’ 행정조치
정치권 “강압적인 갑질… 징계받아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 앞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호 전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 대표, 강 후보, 윤영석 의원. 창원 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일 반송시장 앞에서 여영국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 하귀남 더불어민주당 마산회원구 지역위원장, 여 후보, 심상정·김종대 의원. 창원 뉴스1
그러나 황 대표는 “같이 있던 5명이 모두 표를 사서 경기장에 입장했고 들어갈 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검표원이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아 옷을 그대로 입고 들어갔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황 대표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경기장 안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은 축구 규정과 국제 스포츠룰을 등한시한 잘못이 분명하다. 이에 한국당 경남도당은 보도자료를 내고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한다는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유세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날 한국당에 행정조치인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표를 사서 들어가는 경기장 안은 공개된 장소에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는 공직선거법 106조 2항에 위반될 수 있어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는 취지의 행정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축구인들은 체육인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스포츠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축구뿐 아니라 스포츠팬 전체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종우 선수가 ‘독도 세리머니’를 했다가 징계를 받을 뻔했을 만큼 국제사회에서는 경기장 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물며 선거운동 복장으로 경기장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한 것은 해외 토픽감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 보수당 당수가 들어가 선거운동을 했다고 상상해 보라”고 했다.
다른 당은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극도로 권위적이고 강압적이고 무례한 갑질”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익환 부대변인은 “경남FC가 축구장 유세를 허락해 준 것도 아닌데 징계는 한국당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한국당은 축구팬들에게 사과하고 창원에서 철수하라”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구단 제지에도 막무가내 선거운동을 한 것은 갑질이 체질화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19-04-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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