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민 사람 사는 세상

깨어 있는 시민 사람 사는 세상

입력 2019-05-22 22:40
수정 2019-05-2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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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노무현 10주기…그가 남긴 유산

선민 의식·보스 정치 부순 시민의 힘
풀뿌리 정치서 촛불혁명까지 이어져
시민, 통치의 대상에서 정치의 주체로
“盧, 시대에 맞는 의제 던진 첫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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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놓인 묘석 받침판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김해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놓인 묘석 받침판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김해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23일로 서거 10주기를 맞은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묘석 아래에 간결하게 적힌 문장이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자, 그가 우리 시대에 남긴 과제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부터 5년간 나라를 이끌면서 시민의 참여와 탈권위를 국정의 뼈대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엇갈리지만, 통치의 대상이었던 국민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려 했던 철학은 지금을 사는 모든 정치인이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통령 노무현은 등장부터 시민의 힘에 기댔다. 헌정사 최초로 국민이 직접 뽑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여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정치인 팬덤의 시초 격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자발적이고 강력한 지지는 계파와 조직을 앞세우던 ‘보스 정치’를 무너뜨렸다. 당선 뒤 정부의 이름을 ‘참여정부’로 지었고 주요 국정과제 중 첫 번째를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로 삼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선민(애초 선택받은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깨고 노력하면 누구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이 누렸던 반칙과 특권을 깨려고 했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에 오른 국정 책임자의 당연한 과업이었지만, 정치·언론·검찰 등 권력의 카르텔 앞에서 좌절했다. 비교적 반발이 적었던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등은 시행에 성공해 시민들이 풀뿌리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화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눈앞에 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시대정신까지 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에 정면으로 맞서며 처음으로 시대에 맞는 의제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이 열어젖힌 참여 민주주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뒷걸음질치는 듯했다. 시민들도 깨어 있기보다는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6~2017년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을 거치며 깨어 있는 시민들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노무현의 ‘명제’는 재차 증명됐다. 조 교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붙였다가 처절하게 좌절하고 실패한 노무현의 경험이 우리에겐 역사로 남았다”면서 “그의 길을 되새겨보며 새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깨어 있는 시민’ 문구의 원본 액자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에 걸려 있다.

1990년대부터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정의한 ‘노무현’은 이랬다. “철학과 원칙, 상식을 갖고 뜻을 펼친 정치인. 서민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함과 불의에 맞서는 분노를 동시에 지닌 사람. 수십 년 안에 다시 만날 수 없을 대통령.”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05-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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