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성팔이 비난해도 상관없어… 스쿨존법 제정을”

[단독] “감성팔이 비난해도 상관없어… 스쿨존법 제정을”

이경주 기자
입력 2019-11-20 23:00
수정 2019-11-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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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대화’서 온국민 울린 민식이 엄마의 호소

처벌 강화 ‘민식이법’ 상임위에 계류
“민식이 매일 꿈에서 안 간다고 울어
사진 든 저희 지목됐을 때 울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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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의 부모가 20일 자택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한 뒤 아이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 부부는 전날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공약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꼭 이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아산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oeul.co.kr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의 부모가 20일 자택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한 뒤 아이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 부부는 전날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공약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꼭 이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아산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oeul.co.kr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으려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네 가족이 모여 질문을 만들었어요. 민식이의 대형 사진을 양손으로 들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눈이 마주쳤어요. 설마 했는데 저희를 지목하는 순간, 네 가족이 모두 동시에 울컥해 눈물을 흘렸어요.”

지난 9월 큰아들 김민식군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잃은 어머니 박초희(32)씨와 아버지 김태양(34)씨는 20일 충남 아산 자택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국민과의 대화’ 상황을 설명하다 다시 목이 메었다. 전날 이 부부는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서 “대통령이 공약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꼭 이뤄 달라”고 눈물로 호소해 온 국민을 울렸다.

부부는 이날 인터넷 기사 댓글 중 ‘짜고 쳤다’, ‘감성팔이’ 등의 비난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픔보다는 법 제정이 먼저라고 했다.

박씨는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스쿨존 법안이 17건인데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아이 이름으로 된 법인데 국회에서 최소한 검토라도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민식이 이름이 붙은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를 절실히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일명 ‘민식이법’은 스쿨존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스쿨존 교통사고의 처벌 기준을 ‘3년 이상 징역’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민식이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 김씨는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 바로 앞에 있던 가게를 처분했고, 박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울다 지쳐 잠이 들고 일어나 다시 울던 생활에서 벗어난 건 김씨가 힘을 내 지난달 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때문이었다. 차에 스피커와 간이 탁자를 싣고 아산 곳곳으로 서명운동을 다니면서 각종 인터넷 카페들에 청원에 동조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이 무렵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유찬이 부모님도 알게 됐다”며 “해인이법과 한음이법은 3년 이상 계류돼 있는데, 모두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여전하다. 박씨는 “내가 조금만 어떻게 했더라면 싶어서 자책을 되풀이한다. 매일 꿈에서 민식이가 안 간다고 울 때마다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와 숨는다”고 했다.

부엌에는 민식이를 위한 생일 케이크가, 안방 한편에 만든 추모실에는 민식이가 1학년 때 받은 상장이 놓여 있었다. 박씨는 “엊그제(18일)가 민식이 생일이어서 납골당에 케이크를 들고 가 한참을 울었다. 거의 매일 납골당에 가서 울어야 다른 아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웃어 줄 힘이 생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엄마와 두 동생 모두 사고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찻길을 건너지 못한다”며 “민식이의 물건도 못 버리고, 집도 평생 여기에 살고 싶다”고 밝혔다.

부부는 오는 25일 사고 가해자와 천안지청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서 만나게 된다. 박씨는 “공판에 나가면 상처받는다는데,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아산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9-11-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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