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드러난 한미 FTA 논의 쟁점…문제는 역시 ‘쇠고기’

뒤늦게 드러난 한미 FTA 논의 쟁점…문제는 역시 ‘쇠고기’

입력 2010-11-16 00:00
수정 2010-11-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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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양국이 합의에 실패하고도 구체적인 쟁점과 원인이 베일에 가려진 채 추측만 무성했던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논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뒤늦게 어느 정도 드러났다.

 미국과 FTA 논의에 나섰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최근 진행된 미측과의 논의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지금까지 김 본부장은 한미 FTA 논의에서 미국이 어떤 요구를 했고,한국측이 어떤 입장을 밝혔는 지 등에 대해 협상이 진행중임을 이유로 입을 꽉 다문 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억측만 무성했었다.

 ◇“미,쇠고기 논의 안된 것에 강한 불만”

 김 본부장은 먼저 이번 논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선 미측에서 협의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한국측이 강하게 거부하며 논의 자체를 원천봉쇄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미국측이 굉장히 불만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우리측은 지난 2008년 쇠고기 문제에 대한 수정합의로 더이상 협의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측은 쇠고기 문제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현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미,한국시장 접근 확대방안 요구

 따라서 이번 협의는 자동차 분야에 집중됐다는 것.

 미국측은 한미 양국간 자동차 불균형 및 미국 자동차 산업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접근 확대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급증에 따른 미국 자동차 산업보호를 위한 적정한 보호장치 도입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접근 확대와 관련,미국측은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확대와 연비 및 배기가스 등 환경기준 강화에 대한 적용기준 완화,자동차 관련 규정의 투명성 제고방안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협정문에서는 미국차가 덜 팔리기 때문에 6천500대 미만에 대해선 한국의 안전기준을 문제삼지 않도록 합의돼 있으나 미국은 이 기준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으나 미국측이 요구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또 미국측이 한국의 자동차 연비 및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 강화방침과 관련,“기후변화에 대비하고 녹색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 미측도 부인하지 않았으나 한국시장 접근에 대한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애초엔 적용예외를 주장하다가 기준완화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미국,유럽연합(EU),캐나다,일본 등도 소수 판매차량에 대해선 적용기준을 완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어느 정도 적용을 완화하는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며 원칙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균형점에 대해선 아직 합의점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관련 규정의 투명성 문제와 관련,미측은 신기술을 적용한 자동차가 시장에 들어올 때 기술자체가 생소한 것이라는 이유로 시장진입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국측도 이에 동의했다며 한.EU FTA에도 이미 반영돼 있는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또 미측은 자동차 관련 규정을 제정 혹은 개정할 때 업계가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둘 것을 요구했으나 그 기준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특히 그는 세계무역기구(WTO)가 6개월을 권고하고 있음을 소개,미측이 그것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미,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장치 마련에도 역점

 미측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제안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수위가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 자국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입게 될 때에 대비해 자동차에 대해서만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수용여부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한 뒤 “자동차 세이프가드는 상호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하며 우리 자동차 관세는 8%,미국은 2.5%인 만큼 서로 발동한다면 미국의 부담이 더 클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측을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기존 협정문에 규정돼 있는 자동차 관세 철폐 계획의 조정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기존 협정문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차 부품과 1천500∼3천cc 승용차(관세 2.5%)는 관세 즉시 철폐,3천cc 초과 승용차(관세 2.5%)는 3년내 철폐,픽업트럭(관세 25%)은 10년간 균등 철폐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측은 즉시 또는 3년내 2.5%의 관세를 철폐하도록 돼 있는 것을 연장할 것을 요구,한국측이 강하게 거부했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

 김 본부장은 “관세철폐 계획의 조정은 우리에겐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며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조건임을 내비쳤다.

 뿐만아니라 미국은 완성차를 판매할 경우 제3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관세를 환급해주는 것도 폐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국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양국 정상이 여러 차례 지난 11일의 한미 정상회담 이전 FTA 논의 타결을 언급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양측간 전반적인 의견차와 실질적인 협의시간의 부족으로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측과 계속 협의”

 김 본부장은 한미 양국의 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제.통상관계의 중요성,한미 FTA의 경제적.전략적 혜택 등을 감안해 상호 수용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미국과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 협의 일정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늦어도 내달에는 워싱턴에서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측이 합의에 실패한 뒤 양국 내부에서 ‘제대로 된 FTA를 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논의 결과 협정문에 변경.수정된 부분이 있을 경우 국회에서 재비준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혀 당초에 “협정문에서 점하나 고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협정문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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