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기로에 선 동북아 정세 전망-해외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중) 리웨이 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장

[전환의 시대, 기로에 선 동북아 정세 전망-해외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중) 리웨이 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장

입력 2015-01-01 17:40
수정 2015-01-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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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日 군국주의자는 비판하되, 일반 국민과는 적극 교류 나설 것”

“올해는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승리 70주년이다. 중국은 올해도 일본을 상대로 역사 공세를 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군국주의자들과 일본 국민들을 분리해 일본을 상대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도 (중국처럼) 새로운 일본의 침략 역사 만행 자료를 공개하는 식으로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아 주기를 바란다.”

리웨이(李薇·60)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소장은 1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은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중국도 일본인들이 중국에 위협감을 느끼게 된 문제를 돌아보고 그들이 중국의 평화 발전을 믿도록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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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웨이(李薇)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소장
리웨이(李薇)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소장
→올해 중국의 동북아 전략은.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주변 외교’ 원칙은 친밀·성의·혜택·포용을 의미하는 친·성·혜·용(親·誠·惠·容)이다. 친근하게 성의를 가지고 서로 윈·윈하면서 함께 발전하자는 뜻으로 ‘공동 발전’을 의미한다. 안정적이고 건강한 주변 관계는 중국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과의 갈등은 계속돼 왔는데.

-중국은 중·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원한다. 공동 발전의 첫걸음인 셈이다. 그러나 일본이 역사 문제에서 잘못된 언행을 일삼아 3국 FTA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대일 관계는 모두 일본의 역사 인식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중·일 갈등의 모든 책임이 일본에 있나.

-일본 지도자의 역사 인식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국유화 조치가 양국 관계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만 많은 일본인이 중국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임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일본이 군국주의로 회귀할 것으로 보는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 결정으로 볼 때 일본의 국방 정책이 크게 변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직 일본이 군국주의로 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대일 전략은.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13일 난징(南京)대학살 추모일 연설에서 “난징대학살을 추모하는 것은 원한을 지속시키려는 게 아니다. 한민족 내 소수 군국주의자들이 발동한 침략 전쟁으로 그 민족 전체를 적대시해선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침략자들이 범한 만행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일본 우익분자는 강력 비판하되 일본 국민과는 적극 교류하겠다는 것으로 시진핑 정부의 대일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올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일본에 대한 역사 공세를 강화하나.

-중국이 올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려는 것이 침략 역사를 미화하는 일본 우익에 대한 경고와 무관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시 주석이 난징 연설에서 일본을 겨냥해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이며, 역사를 부인하는 것은 재발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재차 일본에 경고하려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의 강한 민족주의 성향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 공세는 일본에 역사를 직시하도록 촉구함으로써 중·일 양국 정치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일본의 대중국 전략을 평가한다면.

-일본의 중국 전략은 근래 들어 크게 변했다. 일본은 중·일 수교 이후 체결된 양국 우호 관계의 핵심인 ‘4개 정치 문건’은 회피하고 ‘전략호혜’(戰略互惠)만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전략적으로 중국을 일본의 ‘맞수’로 규정하고 있다. 1972년 양국 수교 이후 일본이 중국을 맞수로 규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도 중·일은 충돌하나.

-중국과 한국 국민이 일본을 싫어하는 이유는 역사와 관련이 깊다. 영토 문제도 침략 역사와 직결돼 있기에 문제가 더 큰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한국과 중국을 자극한다면 두 나라와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는 2015년에도 지금처럼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상태에 머물 것이다. 시 주석도 지속적으로 지역 평화와 공동 발전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때 일본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일본의 역사 인식을 질책하겠지만 때리고 부수고 불태우는 식의 민족주의적 반일시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중, 중·일, 한·일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외교를 중시한다며 50여개 나라를 방문하면서도 정작 가까운 중국과 한국은 방문하지 않고 있다. 또 한·중 양국은 물론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아베 총리의 우익 성향상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보다는 약간 완화되겠지만 종전 70주년이라고 해서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 메시지를 통해 한·중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은.

-그의 강한 우익 성향을 감안할 때 전후 일본이 평화를 위해 공헌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뿐 중국과 한국이 중시하는 침략 역사 반성이나 이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다. 침략 역사까지 부인하진 못하겠지만 역사 문제는 담화의 핵심이 아닐 것이다.

→중·일 관계에서 중국이 한국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도 중국처럼 일제 침략 자료를 공개하기 바란다. 나아가 한·중이 함께 역사 자료를 공개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공개 포럼을 통해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도록 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 일제 만행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일본과 정치적으로 대립하겠다는 게 아니라 역사 직시를 촉구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더 잘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역사 문제 해결과 함께 일본의 올바른 자아 인식 정립이 필요하다. 일본은 한국이 자국보다 작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경향이 심한데 이 같은 편견을 반드시 버려야 한다.

→한·일 관계 개선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나.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언젠가는 만난다. 그러나 한 번 만난다고 동북아 전체의 판도나 양국 관계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역사 문제로 양국 관계에 대한 영향도 계속 받을 것이다. 이 틀은 바뀌지 않는다.

→최근 한·미·일 3국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 정보 공유 약정’에 대해 중국이 불만을 표출했는데.

-한·일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주도로 체결된 것으로 안다. 한국 측에서 볼 때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는 북한을 상대로 한 것이지만 실제 운용에서 그 범위가 (중국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이웃인 중국 입장에선 자체 안전을 고려할 때 협약의 운용 범위와 내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한국 및 중국과 잘 지내기 위한 방법은.

-중국은 일본이 침략 역사를 사과하고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있음을 인정하길 원한다. 아베 총리가 침략 역사를 사과하고 영토 분쟁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중·한 양국 국민의 감정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언행을 잘 통제해야 한다. 더 이상 중국과 한국을 자극해선 안 된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리웨이 소장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태어나 문화대혁명 때 허난(河南) 산간벽촌으로 하방(下放)돼 노동을 하다 광저우(廣州)어언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개혁·개방 이후 사회과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사회과학원 국제협력국에서 국장까지 지내다 2002년부터 일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주중 일본 언론인들 사이에서 온건한 일본관을 가진 학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일본통’으로 꼽힌다.
2015-01-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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