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대사 공식 거론 … 미사일 전략 노출 우려하는 듯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둘러싸고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면서 이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의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갈등 구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계기는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가 지난 10일 한 행사장에서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역효과를 낳으며 불안정을 가져오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한반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사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달 25일 한국에 도착해 사실상 첫 공개행사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티모닌 대사가 사드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사드에 대해 ‘MD 시스템의 한반도 출현’으로 간주하면서 “이런 상황 전개는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군비경쟁을 촉발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사드 배치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은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정부에 전달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신중한 처리를 당부했다. 북한도 사드 배치를 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렇듯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자신들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고고도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하는 사드는 탐지거리가 1000㎞가 넘는 X밴드 레이더와 요격 고도 40∼150㎞인 미사일로 구성된다. 즉 레이더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중국은 물론 러시아 일부 지역이 미국의 직접적인 감시망에 노출된다.
●한 국방 “전략적 모호성 유지해야”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연일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사드 미사일 능력은 중요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전달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반대 입장에 다른 속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1일 “중국은 이 문제를 지렛대로 한국의 대미 경도를 막고 러시아는 자신들의 고립을 탈피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5-02-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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