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초점
‘일본’ 3회·‘위안부’ 2회 언급… 지난해보다 압박 수위 낮아져日언론 “관계 개선 의지” 평가
박근혜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역사의 과오를 잊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도 “서로 손을 잡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와 공조가 필요한 가운데 신뢰가 기반이 된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이 급선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박 대통령의 올해 기념사는 대일 관계보다 대북 관계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한·일 관계 부분은 공백을 포함해 1020자였으나 올해는 416자에 그쳤다. 키워드를 분석하면 ‘국민’(21회) 다음으로 ‘북한’(19회)과 ‘핵’(15회)이 많고 ‘역사’(6회), ‘일본’(3회), ‘위안부’(2회)는 상대적으로 언급 횟수가 적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것에 비하면 수위가 현저히 낮아졌다.
현재 한·일 관계는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문제 타결에 따른 과도기에 있다는 평가다.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심의관이 지난달 16일 유엔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발언을 하는 등 일본 정부 인사들이 간헐적으로 합의에 반하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동참과 한·미·일 3국의 공조가 절실한 가운데 올해는 한·일 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대북 제재를 앞두고 역사문제를 다시 거론하면 전열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부담이 반영됐다”면서 “일본에도 성실하게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신뢰를 구축할 수 없다고 강조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박 대통령의 기념사에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올해는 일본에 대한 톤이 부드러워졌고 역사문제 수습을 도모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심화하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 국내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이 강한 상황에서 일본에 대한 언급을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6-03-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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