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서 “핵보유국” 주장하며 “세계 비핵화 노력” 모순적 행태
남북 회담·북미 평화협정 언급… 통일부 “진정성 없는 선전” 일축북한이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진행 중인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세계 비핵화’를 내세우며 대남·대미 평화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재확인하는 등 진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당분간 북한이 지금과 같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즉각 “진정성 없는 선전공세”라고 일축했다.
북한 매체들은 8일 오후 3시 30분쯤부터 ‘특별 중대 방송’을 통해 지난 6~7일 이틀에 걸쳐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녹화 방송했다. 이 보고에서 김 제1위원장은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제1위원장이 직접 ‘비핵화’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김 제1위원장은 남북 관계에 관해서는 북한이 견지해 온 ‘조국통일 3대 헌장’을 강조하며 “북남 군사당국 사이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면서 군사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에 대한 ‘평화협정’ 주장도 반복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은 “우리 당의 새로운 (핵·경제) 병진 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며 핵·경제 병진 노선을 김정은 시대 북한의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천명하는 등 모순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에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내고 “북한이 핵개발과 도발 위협을 지속하며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은 핵개발의 미몽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6-05-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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