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당 7차대회 축하 군중대회.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15일 이후 14일만의 재방송이다. 지난 방송과 똑같은 내용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난수 방송에 대해 남북관계에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교란·기만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 평양방송은 이날 정규 보도를 마친 0시 45분(한국시간 오전 1시15분)부터 12분 동안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 등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읽어내려갔다.
평양방송이 지난 15일 내보낸 난수 방송과 똑같은 시간과 내용이다.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난수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내보낸 경음악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도 모두 지난 15일과 같았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외용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쯤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 방송을 중단했다. 16년 만인 올해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통일부가 파악한 북한의 난수 방송은 6월 24일과 7월 15일 두 차례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달 24일 내보낸 난수 방송은 지난 15일에 내보낸 것과 내용이 다르고 시간도 짧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난수 방송 재개에 대해 해외 공작원들의 해독 훈련을 위한 것이거나 남북관계에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교란·기만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난수 방송은 보안상 위험 때문에 간첩들 사이에서 더는 사용되지 않는다”며 “북한의 난수 방송 재개는 대남공작 활동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메시지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관계 당국은 남파 공작원들이 실제 난수 방송을 통해 지령을 받아 탈북 인사 암살이나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난수 방송을 상당 기간 자제해 오다 최근 들어 재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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