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대국민 담화] 국정 손 뗀다는 언급 안 해… 또 민심 못 달랜 ‘9분의 사과’

[박대통령 대국민 담화] 국정 손 뗀다는 언급 안 해… 또 민심 못 달랜 ‘9분의 사과’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16-11-04 22:50
수정 2016-11-05 02: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국민 담화 의미와 향후 전망

특검 수용 자청… 헌정사상 첫 현직대통령 수사 불가피
“최씨 경계 담장 낮춘 게 사실”… 사실상 국정농단 시인
국정개입 의혹엔 “檢 수사 진행 중… 말하기 어렵다”
담화 뒤 기자 질문 안 받아… “불통 스타일 여전” 비판

사과… 그 뒷모습
사과… 그 뒷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담화는 검찰 수사를 자청하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인정하는 등 일부 전향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의구심과 분노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필요하면 특검까지도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라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언제든 수사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측면에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정표가 될 만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는 첫 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최씨가) 곁을 지켜 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는 말로 최씨의 국정농단을 사실상 시인한 것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에서는 “취임 후 일정 기간까지만 최씨로부터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좀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국정농단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최씨가 어느 정도까지 국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빠진 것은 박 대통령의 해명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준다. 박 대통령은 또 자신이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루머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최씨 관련 재단의 자금 모금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등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미흡한 해명이라는 인상을 준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아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개인사로 규정한 것은 이미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한 것을 놓고 아직도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며 불통(不通) 스타일을 벗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면서도 “국정은 한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말로 당장 하야(下野)나 ‘2선 후퇴’의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또 예상을 깨고 내치를 총리에게 일임하는 방안을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국정 장악력을 사실상 놓지 않겠다는 의중도 암시했다.

이 같은 담화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식 입장에서는 ‘즉각 하야’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담화에 대한 민심 동향을 아직 확신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실상 최후의 민심 수습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날 담화의 성패는 국민 여론으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한 만큼 적어도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민심이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청와대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며, 박 대통령의 최종 운명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수사에 응할지, 그리고 검찰이 얼마나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11-05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0월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할까요?
오는 10월 개천절(3일)과 추석(6일), 한글날(9일)이 있는 기간에 10일(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시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기사를 읽어보고 황금연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1.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
2.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필요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