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정신 실종…전력난에도 곳곳에서 낭비

절전정신 실종…전력난에도 곳곳에서 낭비

입력 2010-01-13 00:00
수정 2010-01-1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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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악의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지만 관공서와 기업,가정에서는 전기를 낭비하는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력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기를 물 쓰듯 허비하는 사례는 가장 솔선수범해야 할 관공서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13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 브리핑실.

 이용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의자 70여개가 들어가는 넓은 공간에 모든 전등이 켜져 환했다.

 이곳이 전력수급난에 대비해 절전을 생활화하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던 정부중앙청사가 과연 맞는지를 의심케 하는 장면이었다.

 청사 관계자는 “건물에 입주한 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통일부 등에서 수시로 오전 브리핑을 해 미리 불을 켜놓은 것으로 안다”며 “더 효율적인 에너지 절약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0시께 서울 광진경찰서 별관의 한 사무실에서는 전열기 3대가 과열되면서 차단기가 내려가 잠시 전기가 끊기는 ‘소동’이 일어났다.

 건물의 단열 효율이 떨어지자 외벽 보강 등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추위를 피하려고 밤새 전열기를 켜놓았다가 발생한 사고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외풍이 강해 전열기 온도를 30도로 맞춰도 체감 온도가 20도도 안 된다.단열을 보강하는 조처가 없어 전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체에서도 전기를 허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종로구에 있는 한 교육 관련 업체의 10층 건물의 사무실과 복도에서도 수많은 전기 난로와 히터의 열을 내뿜어 한겨울임을 잊을 정도로 실내 온도가 높았다.

 이 회사의 직원 박모(34)씨는 “팀이나 부별로 난방 기기를 사서 쓰고 있다.에너지 낭비로 볼 수 있지만,회사에서도 어느 정도는 묵인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한 중소업체에서는 전력 절감 차원에서 중앙난방을 줄이자 직원들이 책상 밑에 전기 난로를 두고 일하는 장면이 목격됐다.눈 가리고 아옹하는 행태의 절전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식품업체 도매 대리점 사무실에서도 전기 전열기 2대와 LP가스 통을 넣은 난로 1대가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열기를 내뿜었다.

 대리점 업주 이모(38)씨는 “오래된 상가건물인 탓에 외풍이 너무 세 난방기구를 써야 한다.돈이 들지만,이 정도는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나친 ‘난방 사랑’은 가정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여의도의 112㎡(34평)급 아파트에 사는 조모(33)씨는 최근 한파가 시작되자 베란다 창문에 비닐을 씌우고 돌침대와 전기난로를 샀다.

 돌침대를 켜놓고 자면서 난로를 함께 틀어 방 공기도 덥히려는 조치다.조씨는 전기 요금이 한 달에 6만∼7만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이 정도 액수는 열대야를 피해 에어컨을 밤새 트는 한여름 수준이라고 했다.

 서초구의 한 중앙난방식 아파트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난방이 너무 강해 베란다를 열어놓고 잔다’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주민인 이모(33.여)씨는 “관리실에서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각자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지만,실내에서 여름옷을 입어야 할 정도면 너무 심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고급 아파트의 전력 낭비 사례는 심각했다.1층 로비는 방문객이 없어도 조명이 환했고,실내는 겨울 셔츠 차림에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 전기 의존율이 높은 저소득 계층에 가장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공서나 기업,부유층의 전기 낭비 관행은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전력 수요개발팀의 고현욱 부장은 “겨울에 전기를 갑자기 많이 쓰면 전력 예비량이 부족해져 대규모 정전이 생길 수 있다.그러면 전기 의존율이 높은 저소득층에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절약의 미덕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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