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함께 아껴주고 배려하는 운동”

“마라톤은 함께 아껴주고 배려하는 운동”

입력 2010-04-17 00:00
수정 2010-04-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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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 완주 권오용 SK 브랜드관리부문장

“…35㎞를 지나면서부터 눈이 자꾸 감긴다. 반야심경을 소리내 읊었다. ‘관자재 보살’. 신기하게도 다리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40㎞ 지나니 이젠 1㎞ 정도는 걸어야지 했다. 그런데 옆에서 구령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하나’ 하면 스무명이 ‘둘’ 이라고 외쳤다. 무리에 합류해 구호를 외쳤다. 힘이 났다. 다시 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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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자유롭게… 다리는 불편하게”

권오용(55) SK그룹 브랜드관리부문장(부사장)이 최근 부서 공유 미니홈피에 올린 글이다. 지난달 열린 동아마라톤대회 완주기다. 2001년부터 하프코스를 뛴 이래 처음으로 42.195㎞의 대장정에 성공했다. 4시간30여분만에 골인점에 들어왔다.

권 부사장은 16일 “참가자 2만 3000여명 가운데 완주한 사람은 1만 7000여명, 그중 1만 1000번째 들어왔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골인점에서 ‘마라톤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15㎞쯤부터 찾아온 고비, 곁에서 함께 뛰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을 맞추면서 뛰었다. 지쳐서 걸을라치면 무리지어 달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구호도 함께 외쳤다.

권 부사장이 마라톤 완주에 도전한 것은 새해들어 받은 지인의 편지 한 통 때문이다. 그 지인은 ‘머리는 자유롭게 하고 다리는 불편하게 하자.’는 유대인들의 습관을 추천했다.

안 그래도 ‘올해는 어떻게 살까.’하고 궁리하던 차였다. 걱정을 많이 해 머리는 불편해지고 문 밖만 나서면 승용차를 타고 다녀 다리는 점점 자유로워지는 생활. 이젠 거꾸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동안 1년에 두세차례씩 하프대회에 참가했지만 풀코스를 완주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난 뒤 집 근처 양재천을 뛰며 완주의 꿈을 키웠다.

대회 한달 전부터는 저녁 약속도 잡지 않고 일주일에 두번씩 10㎞를 뛰었다. 이런 그를 두고 한 직장 후배는 “권 부사장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한계, 이른바 수펙스(Supex;슈퍼 액설런트)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올 가을 다시 완주기 쓸 생각

권 부사장은 올 가을쯤 또다시 완주기를 쓸 작정이다. 1980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주로 홍보 분야에서 일해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업과 언론환경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잘하려면 건강도 건강이지만 ‘여럿이 함께’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권 부사장. 완주기 마지막에 담긴 ‘마라톤은 함께 아껴주고 배려하는 운동’이라는 글이 그의 마라톤 예찬론을 대신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10-04-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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