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분의 1초’ 초강력 레이저 빛 개발

‘1000조분의 1초’ 초강력 레이저 빛 개발

입력 2010-08-30 00:00
수정 2010-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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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빛 발생 시간을 무려 1천조분의 1초까지 줄이는 획기적 기술이 한국인 주도로 개발됐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최현용 연구원은 이 같은 기술구현 원리를 입증한 ‘반도체 양자 폭포 레이저의 초고속 라비 진동(Rabi flopping)과 일관된 펄스의 전파(Ultrafast Rabi flopping and coherent pulse propagation in a quantum cascade laser)’란 논문을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최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자매지이자 광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29일자 최신호에 실렸다.

레이저에서 빛의 전파현상은 극초고속의 빛을 펄스로 만들어내고 증폭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번 연구의 골자는 기존 레이저보다 1천 배나 강력한 빛을 손톱만한 크기의 반도체 레이저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원리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일정한 크기를 갖는 극초고속의 빛을 반도체 ‘양자 폭포 레이저(QCL)’에 주입하고, 그 빛이 양자 폭포 레이저를 통과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최신 과학적 방법으로 관측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양자 폭포 레이저에서 ‘라비 진동’을 이용하면 강력한 빛을 발생시킬 수 있다. 양자 폭포 레이저는 높은 효율로 중적외선 대역의 빛을 만들어 내고자 양자 역학적 에너지 수준에서 디자인된 것으로, 여러 개의 반도체 우물구조로 만들어진다.

또 물리학에서 ‘라비 사이클’로도 불리는 라비 진동은 진동을 강제하는 힘이 작용하는 양자 물리계(quantum system)에서 다른 두 에너지 사이를 시계추처럼 주기적으로 왔다갔다하며 진동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양자광학, 핵자기공명 등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 용어는 원자시계의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194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Rabi)의 이름을 딴 것이다.

특히, 라비 진동이 작용하는 물질계에 광자(光子ㆍphoton)의 일관된 빔을 비출 때 광자 흡수 및 유도 재방출 과정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러한 주기가 ‘라비 사이클’인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최 박사팀은 빛과 반도체 레이저의 상호작용이 완벽히 결맞는 상태일 때에 비로소 라비 사이클이 관측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관측 결과는 광 전파 현상 이해를 위한 막스웰-블로흐(Maxwell-Bloch) 방정식을 이용해 이론적으로 해석한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고 실험을 뒷받침하는 매우 강력한 증거로 제시됐다.

라비 진동은 원자핵과 양자점에서는 매우 잘 이해돼왔다. 하지만, 반도체에서 라비 진동은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원자핵 구조에서와 달리 반도체 내에서 전자들이 그 구조상 매우 빨리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공적인 반도체 흡수물질에서 라비 진동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왔지만, 능동적 반도체 소자에서 라비 진동은 지금까지 관측되지 못했다.

현재까지 반도체 레이저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짧은 빛의 시간은 대략 1조분의 1초 정도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기술을 이용하면 그 시간을 1천 배나 줄일 수 있고 그만큼 강력한 빛을 발생한다는 것이다.

매우 짧은 시간에 빛을 방출시키는 기술은 거의 모든 과학기술분야에서 중요하다.

반도체 레이저에서 실용화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반도체 전자 물리학을 열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수십 평 규모에다 수십억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를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값싼 장비로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전자와 원자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손톱만한 크기의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해 1천조분의 1초 단위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시간 역시 1천조분의 1초 정도이기 때문에 화학반응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일어나는지도 이번에 개발된 장비로 측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생물학적 세포들이 이 반도체 레이저에 반응하기 때문에 바이오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공학적 응용으로는 기존의 무선통신 주파수 영역을 1천배 가까이 확장시킬 수 있고, 빛의 속도로 들어오는 신호를 기존의 방법보다 1천배 빨리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는 스위칭 기술에도 응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 박사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출신으로 미국 앤아버 미시간대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 박사 외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하버드대, 미시간대 등 세계적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이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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