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감독권, 태광 계열사엔 ‘유명무실’

금감원 감독권, 태광 계열사엔 ‘유명무실’

입력 2010-10-21 00:00
수정 2010-10-2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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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태광그룹의 보험 계열사에 대한 감독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초 태광의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 대해 정기검사를 벌였으나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회원 매입도 당시 조사했으나, 보험업법 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가진 동림관광개발이 강원도에 짓는 골프장의 회원권 10구좌를 2008년 6월 220억원에 사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흥국화재가 사들인 가격이 다른 법인들이 취득한 가격과 비슷해 특별히 불리한 매매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할인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보험업법 제111조에서는 대주주와의 거래시 ‘통상의 거래조건에 비춰 보험회사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다른 법인과 거래 조건이 동등함을 내세우지만 당시 분양한 골프장 회원권의 90% 이상은 태광그룹의 계열사들이 사들였다.

더구나 흥국생명이 사들인 가격은 다른 골프장 회원권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서천범 소장은 “비싼 가격에 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만약 일반분양했다면 그 가격의 절반에도 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다른 골프장 회원권을 훨씬 싼 가격에도 살 수 있었음에도 그룹 오너의 골프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싼 가격에 샀다면 그것은 대주주 이익을 위해 보험사에 해를 끼친 것이 된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사무국장은 “흥국의 회원권 매입은 배임 행위나 대주주를 위한 신용공여로까지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러한 행위를 막을 수 없다면 금감원의 감독권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금감원이 만약 지난해 정기감사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올해 흥국화재의 골프장 회원권 매입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사고 있다.

지난 5년간 2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흥국화재는 올해 8월 흥국생명보다 더 비싼 가격인 1구좌당 26억원에 무려 312억원어치의 이 골프장 회원권을 사들였다.

더구나 이는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흥국화재는 이를 공시하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고객 보험료로 조성되는 보험사 자산이 대주주나 그룹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금감원이 보다 적극적이고 철저한 감독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의 적극적인 감독을 위해서는 금감원에게 보다 폭넓은 운신의 폭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수봉 금감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은 “개별 법규만을 따지다 보면 감독 권한을 행사할 폭이 극히 좁아지게 된다”며 “보험업법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선하고 공시 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제5장 자산운용 편에서는 보험사 자산운용의 4대 원칙으로 공익성, 안정성, 수익성, 유동성을 내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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