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에 돈 준 적 없어” 진술 번복

“한명숙 前총리에 돈 준 적 없어” 진술 번복

입력 2010-12-21 00:00
수정 2010-12-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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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호 前대표 법정서 “검찰서 한 진술 모두 허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핵심 증인인 한만호(49·수감 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것은 모두 허위”라며 검찰 진술을 번복했다. 이 같은 법정 증언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우진)의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한 전 총리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고 증언했다. 증인석에 앉아 있던 한 전 대표는 검찰 신문이 시작되자 갑자기 재판장에게 “일어서서 답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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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해 제기한 공소 내용은 3가지였다. ▲한 전 총리가 2007년 3월 하순쯤 한 전 대표에게서 현금과 수표 및 미화 3억여원을 받았고 ▲4월 하순쯤과 8월 하순쯤에도 각각 3억원씩 총 9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를 모두 시인했다.

한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3월 하순에 건넨 3억원은 한 전 총리가 아닌 그의 측근 김문숙(50·여)씨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2차례 줬다는 6억원은 건설공사 계약 업무 등을 맡은 김모씨에게 성과급 등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황한 검찰은 한 전 대표의 증언이 검찰 수사와 다르다며 추궁했지만,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 한 진술은 모두 허위로 꾸민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또 한 전 대표가 미리 작성한 메모를 보며 법정 증언한 것을 들어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그러나 “수개월 전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을 때 (옥중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정신과 약을 수년간 복용한 만큼 힌트가 없으면 성실한 증언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한 전 대표는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고 싶은 욕망, 계약 업무를 맡았던 김모씨에게서 출소 후 도움받으려면 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 검찰에서 허위 진술을 하면 법적으로 도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등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거짓 진술을 하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난 8개월간 70~80차례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검찰의 여러 질문에 대해 ‘예,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검찰의 강압수사는 없었고, (검찰이) 편안한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게 해 줘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완전히 진술을 뒤집음에 따라 검찰은 한 전 총리의 공소 사실을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 전 대표 진술 외 객관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면서 “한 전 대표가 일부 부인하는 진술들이 거짓말인 것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재판의 분수령은 다음 달 있을 정모(여) 전 한신건영 경리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될 전망이다. 정 전 부장은 지난 6일 열렸던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여행용 가방에 돈을 담아 한 전 대표에게 전했고, 이 자금이 한 전 총리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에 한 전 총리 변호인은 필요한 증거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 4일 증인을 다시 출석시켜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0-12-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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