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내 생각에”…70대 ‘낙지도둑’ 사연

“아픈 아내 생각에”…70대 ‘낙지도둑’ 사연

입력 2011-01-28 00:00
수정 2011-01-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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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모(75.무직)씨는 지난 18일 오후 7시께 공중 화장실을 찾다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내 어패류 도매상가를 지났다.

 상인들이 모두 퇴근한 상가를 지나던 이씨는 상점 가판대가 모두 검은 비닐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비닐을 살짝 들춰봤다가 깜짝 놀랐다.

 추운 겨울 날씨라 상인들이 낙지와 조개류 등 해산물을 가판대에 그대로 놔둔 채 퇴근했던 것.

 집 안에 먹을 것이 다 떨어져 간다는 사실이 떠오른 이씨는 순간 갈등에 휩싸였다.

 마땅한 직업과 소득 없이 회사원인 아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던 이씨 부부는 최근 아들의 회사가 경영난을 겪자 용돈이 줄어 생활고에 시달렸다.

 당뇨로 거동을 못하는 아내가 해산물을 먹으면 건강이 호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씨는 황급히 검은 비닐봉지 안에 낙지와 꼬막을 주워담고 자리를 떴다.

 담대해진 이씨는 이후 25일부터 사흘간 매일 수산시장을 찾아 상점 두 곳에서 낙지와 조개류를 훔쳤다.이씨가 네 차례에 걸쳐 훔친 해산물은 시가로 모두 59만원어치다.

 최근 들어 야간에 해산물이 사라진다는 상인들의 신고를 받은 동작경찰서는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토대로 27일 현장에 다시 나타난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훔친 해산물을 마치 시장에서 사온 것처럼 경기도 광명의 집에 가져가 몸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직접 요리해 상을 차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형편이 안 좋아져 힘든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아내와 함께 먹고자 해산물을 훔쳤지만 정작 아내는 당뇨 증세 때문에 해산물은 거의 입에 대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28일 이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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