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이등병 다리에 피멍… “하루종일 괴롭힘”

자살 이등병 다리에 피멍… “하루종일 괴롭힘”

입력 2011-06-13 00:00
수정 2011-06-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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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 인권위에 진정

육군 전방 사단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24) 이병의 유족이 부대 내 가혹행위와 잦은 지적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부검에 참여한 유족에 따르면 최 이병은 오른쪽 정강이 4군데에 멍이 있었으며 피부 아래서 보이지 않는 피멍 하나가 추가 확인됐다.

최 이병의 아버지(54)는 “아들이 전화해 군홧발로 정강이를 차였다고 하소연했었다. 그런데도 군은 공에 맞거나 넘어져서 생긴 멍일 수도 있어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최 이병은 평소 동작이 느리다며 선임병 여러 명으로부터 잦은 질책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최 이병은 사고 당일에도 복장 착용이 늦다며 동반 근무자인 병장에게 지적을 받았으며 내무생활 중 일상적으로 선임병들에게 쪼그려뛰기 등 가혹행위와 욕설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이병의 어머니(50)는 “맞거나 얼차려 당하는 것은 차라리 낫다.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온종일 괴롭히는 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아들이 죽을 만큼 힘든 것도 모르고 조금만 참으라고 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이병의 부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고등학생인 동생도 충격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최 이병의 아버지는 “입대 전에는 농담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어서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군대가 아들을 바보로 만들고도 모자라 목숨을 끊게 했다”며 오열했다.

최 이병은 육군 7사단 소속으로 강원도의 한 GOP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지난달 30일 오전 5시20분께 개인화기인 K-2 소총을 발사해 목숨을 끊었다.

최 이병의 전투복 하의 주머니에서는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건망증도 점점 심해진다. 정말 이 정도로 내가 병신같을 줄이야. 부모님이 눈에 밟혀 실행 못 했을 뿐 이젠 그만하고 싶다’라는 유서가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다소 부적절한 언행은 있었으나 병사들 사이에서 용인되는 수준이었고, 심각한 가혹행위나 구타, 따돌리기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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