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중 억울해도 욕하면 모욕죄”

“소송 중 억울해도 욕하면 모욕죄”

입력 2011-07-06 00:00
수정 2011-07-06 00: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법원 첫 손배 판결

이미지 확대
민사소송을 벌이는 원고와 피고. 법정 싸움이 재판정 밖으로 번져 원고가 피고와 변호인에게 폭언을 했다면 민형사상 처벌이 가능할까.

지난해 4월 오후 8시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의 법정 밖 복도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기타 제작사를 운영하는 원고 이모씨는 직원으로 있다가 독립한 피고 김모씨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원고 이씨는 “왜 거짓말을 하냐? 거짓말 공장,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라면서 피고 김모씨, 그날 증인으로 나온 임모씨, 변호사 최모씨 등을 향해 폭언을 쏟아부었다. “인간 쓰레기들, 이거 또라이구먼.”이라며 자신의 손을 머리에 대고 빙빙 돌리며 마치 미친 사람을 묘사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법원은 소송 중에 감정이 격해 우발적으로 폭언을 한 행위에 대해 모욕죄라고 판단했다. 또한 민사소송에서도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3단독 박정길 판사는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에 비춰 볼 때 이씨는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 김씨와 임씨에게 각 150만원을, 변호사 최씨에게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법정 안팎에서 폭언·폭행을 주고받는 일은 흔하지만 실제로 모욕죄로 인정,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은 경우는 처음이다. 최 변호사는 “법정 밖에서라도 폭언을 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1-07-06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