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한전 등 무사안일 질타
16일 한국전력을 전격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공기업의 안이한 자세를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별관 5층에 마련된 브리핑식 장소를 보고 굳은 표정으로 “장소부터 옮겨라. 여기가 회의실이 아니잖나. 여기서 회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보고를 받을 수 있는 본관 11층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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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해 질책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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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공기업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한전 등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면서 “이런 실수는 국민에게 정부가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이며 부끄럽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또 “매일 (날씨가 덥다고) 보도되는데 (전력수급을) 담당하는 여러분은 이대로 가다간 자칫 전기수요가 많아질 거라고 걱정해본 일이 있나.”라면서 “당신들은 잘 먹고 잘 자고 하다가 (전기)수요가 올라가니까 끊어버리자, 이런 생각으로 이렇게 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병원과 중소기업 등에 전기공급을 차단하기 전에 사전 고지가 불충분했던 것과 관련해 “(이런 곳에) 무작위로 (전기를) 끊어버린다면 기본이 안 된 것”이라면서 “여러분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는 45분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다가 자리를 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전사고에 대해 사전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정전사태와 관련, 언제부터 순환정전에 들어갈지 등에 대해 청와대에는 사전보고되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한전이 위기관리센터에 보고했으며, ‘선조치 후보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정전사태와 관련,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 관련자 문책과 관련해서는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상황대처를 보고 나서 귀책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1-09-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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