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받고… 염전에 장애인 노예매매

150만원 받고… 염전에 장애인 노예매매

입력 2011-09-17 00:00
수정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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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치 임금 300만원도 가로채… 인신매매단 8명 검거

지난 3월 30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사는 정신지체 6급 장애인 황모(21)씨는 평소 다니던 기술학원으로 향하다 문득 여행을 가고 싶어 지하철을 타고 평택역까지 갔다. 평택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천안역으로 가 역 주변을 배회하던 황씨에게 이모(45)씨가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며 접근했다. 이씨를 따라나선 황씨의 3개월은 길고도 험난했다. 이씨는 황씨를 대전에 있는 최모(65)씨에게 넘겼다. 최씨는 일명 ‘최 노인’으로 불리는 인신매매 알선 총책이다.

4월 4일 최씨가 황씨를 처음 보낸 곳은 안모(41)씨가 운영하는 대전의 휴대전화 대리점이었다. 안씨는 황씨 명의로 대포폰 9개를 만든 뒤 황씨를 대부중개업체 일당에게 넘겼다. 대전 지역 폭력배 손모(34)씨 등은 인터넷을 통해 황씨 명의로 300만원을 대출받은 뒤 280만원을 각종 경비 명목으로 빼앗았다. 대출금이 나오는 2주 동안 황씨를 전북 무주의 박모(26)씨 형제 집으로 보내 감금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대전역 주변에 버려진 황씨가 또 다른 모집책 김모(46)씨 눈에 띄어 끌려간 곳은 다름 아닌 ‘최 노인’의 사무실이었다. 4월 25일 최씨는 전남 영광의 염전업자 주모(43)씨에게 150만원을 받고 황씨를 팔아넘겼다.

주씨는 황씨를 2개월 동안 감금한 채 염전에서 일을 시켰다. 인신매매 대금 명목으로 2개월치 임금 30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염전 인근 창고에서 지내던 황씨는 주씨가 목포로 일을 보러 나간 6월 23일 가까스로 도망쳐 버스를 타고 서울의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16일 황씨를 팔아넘긴 최씨 등 3명을 영리 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염전업자 주씨 등 5명을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2011-09-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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