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못한 두 송이 꽃, 가슴으로 기억될 것”

”피지 못한 두 송이 꽃, 가슴으로 기억될 것”

입력 2012-01-18 00:00
수정 2012-01-18 15: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전 투신 여고생 화장‥”유족·학교·학생 모두 위로받아야”

“꿈 많던 두 여고생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머리로, 가슴으로 그들이 견뎌야 했던 아픔을 기억해야 합니다.”

같은 반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모 여고 A양이 18일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이날 오전 충남의 한 장묘공원에서는 A양의 유족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 30여명이 쌀쌀한 날씨 속에 A양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숙연한 분위기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화장이 진행되는 1시간여 내내 유족은 끝없이 오열했고 학부모들도 연방 눈시울을 붉혔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너무 안타깝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너무 슬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40여일 사이에 꽃 두 송이가 피지 못한 채 져 버렸다”며 “꿈 많던 여고생이 겪은 아픔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A양은 최근까지도 지난달 숨진 여학생에게 SNS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며 친구를 잊지 못했다.

시험을 앞두고도 숨진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등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학교 관계자들은 소통의 창구가 막힌 여고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 교사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폭력성으로 변질하는 걸 자주 목격했다”며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좌절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밀착해서 상담해도 속을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며 “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는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남아 있는 학생 대부분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김모(43·여)씨는 “인터넷에서는 일부 학생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몰며 ‘마녀 사냥’을 해왔다”며 “고1 여학생에게는 이 모든 게 상상할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고 했다.

이어 “요즘 애들은 인터넷을 끼고 살지 않느냐”며 “검색할 때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과 비방글이 넘쳐나는데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참석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한 사람을 향한 일방적인 따돌림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정확하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또 “누구보다 가장 큰 위로가 필요한 것은 바로 유족과 고인의 친구들”이라면서 “대중의 원색적인 비난 포격을 온몸으로 받은 학교도 위로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화장한 고인의 유해는 대전 모 사찰 납골당에 임시 봉안됐다. 언 땅이 녹으면 뿌리 깊은 나무 아래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