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길이 제한 2→5㎞ 완화’ 이후… 후보지 선정절차 안팎
지난해 10월 국립공원과 도·군립공원 등에 장거리 로프웨이(케이블카, 곤돌라) 설치가 용이하도록 기준이 완화된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령에는 국립공원내 자연환경보존지구에 설치할 수 있는 케이블카 길이 제한을 2㎞에서 5㎞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케이블카 설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자는 계산에서다. 환경부는 오는 6월까지 유치안을 검토한 뒤 현장실사를 거쳐 설치지역을 결정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발 등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케이블카 신규 설치를 놓고 벌이는 지자체들의 유치 전략과 향후 후보지 선정 절차 등을 알아본다.덕유산국립공원에 설치된 곤돌라. 환경부는 전국 7곳의 케이블카 유치 신청지역을 대상으로 평가와 현지 실사 등을 거쳐 6월 시범사업 대상지를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개최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국립공원 삭도(索道) 시범사업 선정절차’를 심의·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케이블카 설치 검토 대상과 기준, 방법, 절차 등을 심의한 뒤 현재까지 신청 지역을 대상을 시범사업 대상 노선을 선택하도록 했다. 시범대상 지역은 설악산 양양, 지리산 구례·남원·산청·함양, 월출산 영암, 한려해상 사천 등 7곳이다.
따라서 공원위원회는 다음 달까지 자연공원 법령에 명시된 케이블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환경성·경제성·공익성·기술성 등 구체적인 검토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지 선정을 전담하게 될 전문위원회도 구성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10명 이내 전문가로 민간전문위원회를 구성한 뒤 서류·현장 확인을 거쳐 경제성 검증, 현지조사, 관계기관·시민단체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임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국립공원위원회는 현장 검증,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 결과 등을 심도 있게 심사해 최종 시범대상 사업지를 선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추진 일정대로라면 늦어도 6월에는 대상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민간전문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지만 최종 심의는 공원위원회가 맡게 되는데 이들의 임기가 상반기로 끝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원내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하려는 것은 노약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전망권을 확보해주겠다는 차원이다. 사업자들도 기술 발전으로 환경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공법으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장애인소상공인협회 정병호 회장은 “장애인들에게도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케이블카 설치 결정을 반긴다.”면서 “장애인들도 국립공원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가 활동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지자체에 이권 사업을 나눠주기 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정부가 야생동물 보호대책으로 탐방객들에게 환호성을 지르지 말라는 팻말까지 만들어 놓고, 산골짜기 위로 여객기(?)를 운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케이블카 설치는 이권사업 유치에 혈안이 된 지자체들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어서 추후 허용이 남발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가 시범사업 등으로 설치지역을 최소화한다지만 향후 형평성 등 이유를 들어 압박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이블카 설치를 신청한 7곳 중 4곳은 지리산국립공원이다. 따라서 지리산을 낀 경남 산청·함양군과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의 유치전이 치열하다. 함양군은 최근 군수와 의회의장, 지역 주민 500여명이 모여 케이블카 유치위원회를 발족했다. 함양군은 군민과 출향인들의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산청군 역시 연초 시무식과 함께 공무원·주민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 설치 결의대회’를 가졌다. 남원시와 구례군도 지리산 케이블카를 관내로 유치하기 위한 홍보전략으로 환경부를 옥조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유치전략과 홍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지역주민과 출향 유지들까지 나서 압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는 시범 사업지로 선정되더라도 최종 사업 결정은 2018년쯤 돼야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록 시범사업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케이블카 설치반대 전국 대책위 등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지자체들의 홍보와 환경단체들의 반대 등을 어떻게 조율해 케이블카 설치지역을 선정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2012-01-30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