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ㆍ재원 분담’ 요구에 국토부 ‘난색’
서울시가 거주자와 마을공동체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뉴타운 정책의 기조 전환을 선언하며 정부에 법 개정과 재원 분담을 요구했으나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이에 따라 서울시의 뉴타운대책이 시와 정부의 책임 공방 속에 공회전하면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에 세입자를 사업 절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관련 법을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또 뉴타운 정비구역이 단기간에 과다 지정됐기 때문에 지정 요건을 강화하는 등 관련 법을 추가 개정하고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해산할 때 드는 비용을 정부가 분담하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뉴타운 대책 설명회에서 “서울이 아수라장이 된 데 대해 투기행위자와 정치권, 집행부의 총체적 반성이 필요하다”며 “정치권과 정부는 함께 책임져야 한다. 새로 구성될 국회와 정부,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서울시의 요구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서울시도 모르고 발표한 건 아니겠지만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거나 세입자를 사업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세입자 참여 문제의 경우 서울시가 방향만 얘기하고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아 판단하기도 좀 어렵다”며 “다만 지정 요건 강화 문제는 우리도 고려했던 부분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 서영진 의원(민주당, 건설위원회)은 “현장에서 보면 세입자들의 참여 기회가 절실하다. 사용비용 부담도 너무 막대해 정부가 해주는 것이 옳다”며 찬성했다.
그는 “비용 부담 문제는 협력 업체들과 연관된 문제라 정부에서 현실적으로 도와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중앙당 차원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문규진 의원(한나라당, 도시관리위원회)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이 지난해 연말에 통과된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과는 거리가 있다. 세입자에게 임대주택을 주겠다는 내용이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또 “시가 구청장들과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구청장은 주민들의 압박을 받는다. 조사 과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비용 지원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중앙당의 판단이라고 본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박 시장이 뉴타운 정책 기조의 전면 수정을 공언한 만큼 갈등을 감수하고라도 정부와 국회에 요구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정부가 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건의 사항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