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경보 헛일’ ‘뜬구름대책’ 현장반응 ‘싸늘’

‘일진경보 헛일’ ‘뜬구름대책’ 현장반응 ‘싸늘’

입력 2012-02-06 00:00
수정 2012-02-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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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경보하고 체육시간 늘린다고 학교폭력 줄어드나””학생 1대1 상담하려면 행정업무 줄여야”

“일진들은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기든 말든 전혀 신경 안 쓸 겁니다” “교사 상담은 지금이라도 신청하면 할 수 있지만 도움이 안 돼서 저희가 신청을 안해요”

6일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학생과 교사들은 대책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만 학교폭력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년간 되풀이된 대책들이 많고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현장에 제대로 파고들 수 있는 알맹이 있는 내용은 적다는 의견도 많았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정모(16)군은 “대책 중에서 가해학생을 곧바로 전학보낼 수 있다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군은 “피해학생이 원하면 경찰 보호를 받게 한다는 내용은 피해 학생도 사생활이 있는 것이고 언제까지나 보호해줄 수 없는 만큼 오히려 피해 학생을 힘들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학교 3학년생은 ‘학생들이 신체활동 욕구를 발산할 수 있도록 체육수업을 늘린다’는 내용에 대해 “애들을 때리는 게 충동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에 안들기 때문”이라며 “체육을 많이 한다고 폭력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고교생은 “일진이 따돌리는 아이는 다른 학생들도 다 같이 따돌리는데 일진 신고가 들어가서 일진 경보가 가동될 수 있겠냐”며 “일진 경보가 가동되면 학교에 사이렌이라도 울리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살벌한 진짜 이야기가 필요한데 원론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뜬구름잡는 대책”이라며 “교과부 장관이 현장을 알려면 간담회 대신 한 학기 이상 생활지도 교사로 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의 1대 1 상담은 행정업무를 줄여야 가능하다.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데 교과부에서 하라고 하니 대충 하게 될 것”이라며 “‘일진경보’도 일진이라는 용어를 학생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 안 좋은 말로 바꿨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운중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 이주호 장관이 SNS로 답하다’ 행사를 열고 학교폭력 근절 정부 종합대책에 대한 질문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받은 뒤 답변했다.

SNS에는 ‘가해 학생을 유급시키는 방안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것인가’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처 못하는 학교ㆍ교사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나’ ‘학교에서 겨우 2시간 체육하는데 운동 좀 하게 해 달라’ ‘방과후 학교에 호신술 교실을 만들어달라’는 등 다양한 질문과 건의사항이 올라왔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요즘 학생들의 윤리의식이 부족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의 인성교육이 더 강화됐으면 한다”(@dream_*****), “아이들끼리 해결하지 않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개입을 통해 학교폭력을 해결하고자 하면 어른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심해질 수도 있다”(@gsm*****)는 의견을 냈다.

또 “결국 아무런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은 채 ‘학교폭력은 이렇고 저렇고 요렇습니다’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끝났네요”(@Cre*****), “원론적 이야기의 반복. 실질적 대안의 부재. 말의 잔치. 3~4년마다 반복되는 이야기들. 2015년에도 반복될듯”(@kk_*****)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학교폭력 대책은 학교 내 고발주의 풍조가 우려됩니다”(@na16*****), “방청객을 불러놓고 SNS 간담회?”(@Arte*****)라는 지적도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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