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인 듯…못참겠다” 김재호 판사의 전화

“노사모인 듯…못참겠다” 김재호 판사의 전화

입력 2012-03-09 00:00
수정 2012-03-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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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검사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진술서 공개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

박은정(40)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가 새누리당 나경원(49)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49)의 ‘기소청탁’ 정황을 이같이 기억했다.

9일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박 검사의 진술서를 보면 그는 서울서부지검 형사부 검사로 근무하던 2006년 1월17일경 나 전 의원의 친일파 재판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도했다는 내용의 고소 사건을 배당받게 됐으며, 그 며칠 후 김 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박 검사가 기억한 김 판사의 전화는 “나 의원이 고소한 사건이 있는데,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사건을 빨리 기소해달라. 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라는 내용이었다.

진술서대로라면 김 판사는 해당 네티즌을 노사모 회원으로 추정했고 그 단체에 대한 반감도 엿보인다. 김 판사는 자신의 부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기소를 청탁한 셈이다.

같은 지역 검찰청과 법원에서 근무해 알고 지낸 법조계 선배인 김 판사의 부탁이 박 검사에게 적잖은 압력으로 작용했을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박 검사는 “2005년 2월부터 서부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 공판검사로 근무하면서 당시 재판장이었던 김재호 판사님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라는 표현은 검찰에서 기소해주면 법원 판결에는 김 판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부분이어서 또 다른 의혹을 불러 일으킬 여지도 있다.

박 검사는 “사건 기록을 검토해본 결과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게시판 같은 곳에 올린 것으로 일단 피의자 조사를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수사관에게 피의자를 소환하도록 지시했다”고 기술, 김 판사의 청탁대로 사건을 빨리 처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검사는 바쁘다는 이유를 대는 피의자의 소환 일정을 잡지 못했고, 며칠 후에 출산 휴가에 들어가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박 검사는 사건이 재배당될 것이기 때문에 후임검사에게 포스트잇으로 사건기록 앞표지에 김 판사의 부탁내용을 적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고, 이어 출산휴가로 사건처리를 못 하고 후임검사에게 내용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김 판사에게 따로 전달했다고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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