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 날… 존경받는 선생님들] “엄마 없는 아이들 사랑으로 같은 편 됐을 뿐”

[15일 스승의 날… 존경받는 선생님들] “엄마 없는 아이들 사랑으로 같은 편 됐을 뿐”

입력 2012-05-15 00:00
수정 2012-05-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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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대모 이경옥 교사

“오늘부터 선생님은 엄마, 민호는 아들이야. 엄마는 아들이 찾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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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교사
이경옥 교사
서울 종암중학교 이경옥(51) 수석교사는 아들이 스무 명도 더 된다. 담임을 맡을 때마다 엄마 없는 아이들의 ‘엄마’가 됐다. 교사 경력 28년. 이렇게 만난 아이 중 첫째는 벌써 마흔을 넘긴 아저씨다.

어느 하나 덜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만 민호(16·가명)와의 만남은 특별했다. 특수절도죄로 보호감호소에 있던 민호는 지난해 봄 무렵 이 교사 반에 배정됐다. 첫날 민호의 구겨진 옷깃에는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싸움질을 한 걸까?’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아이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저를 때려요. 저 좀 도와주세요, 선생님.”

민호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폭행 때문에 친구집을 떠도는 처지였다. 어머니는 오래전 가출했고, 형도 집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술만 먹으면 때리는 아버지가 싫어 PC방 등을 전전했다. 이 교사는 “어렸을 때부터 받은 오랜 마음의 상처를 내가 함께 아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아이의 말을 들어 주고 아이가 찾아오면 아침도 해 먹였다. 민호도 그런 이 교사를 엄마처럼 따랐다. 지난해 겨울 민호를 버리고 몰래 이사 갔다는 아버지를 수소문할 때도 그랬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녔다. 결국 전남 순천에서 아버지를 찾았지만, 이미 그는 간암 말기의 병든 몸이었다. 원수 같던 아버지가 지난 2월 민호의 졸업식도 못 본 채 숨을 거뒀을 때 16세 소년은 이 교사 품에서 펑펑 울었다. 민호는 지금 그의 도움으로 일반계 고교에 진학해 꿈을 키워 가고 있다.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을 교사가 포기하면 의지할 곳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처럼 아이 편이 돼 주는 것뿐입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05-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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