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뒤 귀가 중 사고…경위 파악 없이 뒤늦게 사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5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의 조사를 마친 뒤 “차명계좌는 있다.”고 거듭 밝혔다. 검찰은 이날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조 전 청장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두 번째 소환했다.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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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청장은 오후 7시쯤 검찰을 나와 “검찰은 ‘10만원짜리 수표 20장’ 관련 내용을 중수부 수사 자료라고 내놓았다.”면서 “내가 얘기한 건 10만원짜리 수표 20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잠정적으로 (계좌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나를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명색이 서울경찰청장이었는데 함부로 말할 수 있겠나.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직접 들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은 “2009년 중수부에서 이상한 돈의 흐름인 10만원짜리 수표 20여장을 발견했고, 그걸 단서로 계좌추적을 통해 상당 부분 밝혀냈다.”면서 “검찰이 추가로 밝혀낸 수사 자료는 보여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자료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검사에게 ‘그런 자료 내놓는 중수부는 신뢰할 수 없다’고 했고, 차명계좌 유무 및 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혀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또 “검찰이 기소한다면 법원에서 증거신청을 통해 차명계좌가 있다는 게 밝혀지리라고 확신한다.”면서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 대해 조사했다면 그 주인공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지난달 9일 1차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간부 2명이 개설한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 계좌에서 10억원씩 모두 20억원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믿을 만한 소식통에게서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조 전 청장이 탄 승용차가 검찰청사를 빠져나가면서 CBS 김모 기자의 발등 위를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기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조 전 청장은 사고 경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고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가 빈축을 샀다.
CBS는 조 전 청장이 사고 후 2시간과 4시간 뒤 두차례 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당시에는 상황을 정확히 몰랐고 경황이 없어서 그냥 떠났다. 진행상황을 봐가면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미안하지 않았던 것이냐.”는 질문에는 “하루 종일 검찰 조사를 받다보니 정상적으로 판단을 못했던 것 같다”면서 “지방에 급히 내려갈 중요한 일이 있어 급하게 현장을 이탈했던 것이고, 조사를 일찍 끝내달라고 검사에게도 재촉했었다”고 밝혔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