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운동부 성추행, 왜 3년간 묻혀 있었나

부산 운동부 성추행, 왜 3년간 묻혀 있었나

입력 2012-07-02 00:00
수정 2012-07-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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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학교 운동부에서 동성 선배의 성추행에 이어 코치가 성추행한 학생의 약점을 잡아 다시 성추행한 ‘부산판 도가니’ 사건이 벌어졌지만 3년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A(13)군을 비롯한 피해학생 3명과 이들을 성추행한 선배 B(16)군은 모두 부모 없이 자란 학생들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같은 기숙사에서 24시간 생활,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피해학생들은 성추행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이 없자 처음에는 참고 넘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2년간이나 참아오다 2011년 따르던 코치 C(25)씨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았지만 묵살 당한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추행한 운동부 학생의 약점을 잡아 코치마저 성추행을 일삼으면서 코치를 중심으로 사건은폐가 암묵적으로 이뤄져 저학년 피해학생들은 피해사실을 다른 곳에 알리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초·중순께는 피해학생이 담당교사와 두차례에 걸쳐 상담을 하며 성추행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지만 학교 측은 선수관리상 행정처리 문제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워 C코치를 해고했을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교의 사무국장은 지난 5월19일 가해학생 B군에 대한 경찰조사가 시작된 상황에서도 “학교의 명예에 해가 되니 코치 C씨와의 일을 발설하지 말라”며 B군과 코치C의 문자수신내역을 삭제한 것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게 것은 지난 5월 “선생님께 맞았다”는 피해학생의 신고로부터 시작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어리둥절한 일을 겪어야 했다. 피해학생은 경찰이 출동하자 선생님께 맞은 사실보다 오히려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털어놓았기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해학생들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학교 내부에 알렸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선생님께 엉덩이 한대를 맞은 것을 빌미로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향후 수사는 코치에 집중될 예정이다. 코치는 학생들의 피해사실을 알고도 묵살했고, 오히려 이를 교묘하게 이용했기때문이다. 경찰은 코치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정확한 혐의를 입증한 뒤 향후 수사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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