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수문개방에 유치원생 3개월째 혼수상태

예고없는 수문개방에 유치원생 3개월째 혼수상태

입력 2012-07-24 00:00
수정 2012-07-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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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서 하천 건너던 남매 급류 휩쓸려

“애교 많던 딸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눈에 밟힙니다. 아이가 이 지경인데 책임진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 이평리 이용태(36)씨는 3개월째 병원 침대에 누워 의식을 찾지 못하는 어린 딸(7)걱정에 요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유치원에 다녀오겠다”면서 집을 나간 딸이 집 앞 하천을 건너다 급류에 휘말려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이양은 지난 4월 30일 오후 3시께 집 앞 하천을 가로막은 ‘보(洑)’에서 갑자기 물줄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함께 있던 오빠(11)와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거센 물살에 뒤엉켜 500여m를 떠내려가던 남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이양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사고가 난 ‘월송보’는 인근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해 2년 전 보은군이 폭 60m의 하천을 막아 1.5m 높이로 설치한 것인데, 한국농어촌공사 보은지사가 관리하고 있다.

이 보에는 너비 42m의 ‘자동수문’이 설치돼 수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낸다.

사고 직전 보은군은 이곳으로부터 하천 위쪽으로 약 750m가량 떨어져 있는 ‘이평보’의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했다. 이 물이 곧바로 ‘월평보’의 수위상승을 불렀고 ‘자동수문’이 열리면서 사고를 불렀다.

보은군청의 담당 공무원은 “’이평보’ 주변 농경지에 물이 차고 있다는 민원에 따라 수문을 열어 수위를 20㎝가량 낮춘 것”이라며 “많은 양이 아니어서 ‘월송보’ 자동방류로 이어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한 관계자도 “’이평보’ 방류로 인해 ‘월송보’의 자동수문이 열렸는데도, 보은군으로부터 방류계획 등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두 기관의 볼썽사나운 책임 공방은 이씨를 더욱 화나게 한다.

이씨는 “어린 생명이 사경을 헤매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며 “하는 수 없이 보은군과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보은경찰서는 ‘이평보’ 관리 담당인 보은군청 공무원 2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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