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자 아니다” 판결에 노동계 ‘우려’
도급ㆍ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금호타이어의 사내하청(하도급)과 관련, 비정규직 근로자 132명이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에서 졌다.상급심 판단이 남았지만 승소를 낙관한 노동계는 유사소송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정규직 지위확인 소송 ‘봇물’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광주ㆍ전남에서는 이날 패소한 금호타이어 사내하청 근로자 132명을 비롯해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기아자동차 등 472명이 정규직 지위를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해고된 최모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자동차 업계의 사내하청을 불법 근로자 파견으로 본 판결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유사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합법도급을 가장해 불법파견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근로자 132명도 같은 주장을 했지만 법원은 “파견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도급’VS’파견’ = 사내하청을 통한 근로자 수급은 산업계와 노동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쟁점은 도급과 파견 사이에 있다.
’근로자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뒤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를 받아 이들에게 근로 지시를 하는 것이다.
’도급’은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급인이 근로자를 고용해 직접 지휘하는 형태를 말한다.
수급사업체에 고용돼 일하는 근로자는 도급사업체의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고도 낮은 임금을 받으며 오히려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할 수도 있다. 노동관계법상 사용자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
더욱이 파견 근로자는 2년 이상 일하면 직접고용으로 간주돼 이를 피하려고 도급계약을 가장해 실질적으로는 파견근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첫 소송서 근로자 ‘패소’ = 금호타이어 근로자 132명의 소송은 지역에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의 첫 판결로 그 결과가 주목됐다.
금호타이어는 도급형태의 불법파견으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고 이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간 소송 끝에 지난해 7월 패소했다.
대법원이 해당 근로자들을 파견근로자로 인정하자 사측은 2년 이상 근무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노동계는 당시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이번 소송에서도 결과를 낙관했지만 광주지법 민사5부(조정현 부장판사)는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파견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정규직 전환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이 노동청의 시정 지시 이후 일부 근로형태를 보완한 점도 대법원과 다른 판단이 나온 요인으로 분석된다.
노동계는 유사소송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기를 바랐으나 무산됐다”며 “판결 내용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