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노숙’ 절도범 실형 선고받은 사연

‘서울대 노숙’ 절도범 실형 선고받은 사연

입력 2012-10-24 00:00
수정 2012-10-24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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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상습적으로 학생 물건 훔쳐 엄벌 불가피”

“관악산에 올라 목을 매려다 불쌍한 어머니가 생각나 실패했습니다. 하산길에 만난 학생들이 저와 너무 처지가 다른 것이 부러워 서울대에서 먹고 자기로 했습니다.”

제대하고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A(33)씨는 다단계 회사, 마트 점원 등을 전전하다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어렵게 모은 돈 5천만원마저 한순간에 날렸다.

그가 ‘서울대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것은 지난해 11월께. 신세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관악산을 찾았다가 우연히 서울대 학생들과 마주치고서부터다.

올해 7월 말까지 A씨는 건물 여러 동이 통로로 구불구불 이어져 눈에 띄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사범대와 인문대에 주로 머물렀다. 후문을 통해 낙성대 쪽으로 걸어나가기도 쉬운 장소였다.

돈벌이가 없던 A씨는 도리없이 나쁜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그는 빈 강의실에 몰래 들어가 전자사전, 지갑, 상품권 등 학생들의 물건을 마구 훔쳤다. 지갑에 든 학생증과 돈으로 교내 식당에서 학생 할인을 받아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한 노숙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피해학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경찰은 후드티를 입은 허름한 모습의 A씨를 CCTV로 확인하고 잠복 끝에 그를 검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안승호 부장판사)는 학생들의 소지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8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심을 파기하고 압수물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라는 주문을 덧붙여 새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불특정 다수 학생의 물건과 돈을 훔쳤기 때문에 엄벌이 불가피하다. 피해 회복도 사실상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당장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점, 진심으로 뉘우치는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사정이 매우 딱하지만, 피고인의 주거지가 분명치 않고 재범 우려가 있어 항소심에서도 감형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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