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학교폭력 예방 강의 ‘피에로 경찰’ 박용호 경위

17년째 학교폭력 예방 강의 ‘피에로 경찰’ 박용호 경위

입력 2012-11-13 00:00
수정 201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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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실수 학생 복귀 돕는 게 의무”

“내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으면 즉각 바로잡고 되돌리세요.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 겁니다.”

대머리 가발에 빨간색 두건, 까만색 선글라스를 낀 박용호(56) 경위가 강단에 섰다. 경찰 제복을 입은 딱딱한 스타일을 예상했던 학생들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우스꽝스러운 ‘피에로 경찰’의 등장에 마지못해 강의장에 나온 학생들도 눈을 번쩍 뜬다.

인천 남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반장인 박 경위는 17년째 전국 300여곳의 학교를 돌며 피에로 모습으로 학교폭력 예방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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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자살에 충격… 학생들 직접 만나

박 경위가 이런 분장을 하는 것은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강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아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집중을 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집중시킨 뒤 얘기를 풀어 가면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딱딱한 주제도 흥미를 갖고 듣죠.”

학교 강의를 포함해 500여회가 넘는 강연을 한 베테랑 강사다운 노하우다. 그가 강단에 서게 된 것은 20여년 전 강력계 형사로 일할 당시 만났던 한 남학생 때문이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모범생이었는데 그 녀석이 순간의 실수로 차를 훔치고 학교폭력을 저지르면서 범죄자가 되고 말았어요. 교도소에서 나오더니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지요.”

박 경위는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비극을 맞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직접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리 잘못한 학생이라도 내 손으로 교도소에 보냈다는 사실이 업보처럼 느껴진다.”면서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한 학생들이 반성한 뒤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의무”라고 말했다.

●교과부 학교폭력예방 수기 수상작 뽑혀

교육과학기술부는 12일 박 경위를 비롯한 교사, 배움터 지킴이 등이 출품한 수기 11편을 제2회 학교폭력 예방 우수사례 공모전 수기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 외에도 학교 25곳, 자치단체 5곳, 학교폭력 예방 특별 프로그램 4개 등 모두 4개 부문 45개의 수상작이 뽑혔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11-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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