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재판부’ 고흥만서 현장검증

‘바다로 간 재판부’ 고흥만서 현장검증

입력 2012-11-26 00:00
수정 2012-11-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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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30분 배타고 어민증언 청취

영상 5도에도 칼날 같은 바닷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로 느껴지는 전남 고흥만 앞바다.

어민들은 갑판에 나와 물보라 맞기를 마다하지 않고 몸소 체험한 ‘바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증언하느라 바빴다.

서울에서 내려온 판사들은 법복을 벗고 배에 올라탔다. 현장을 꼼꼼히 살피고 어민들의 살아있는 증언을 들었다.

26일 오전 서울고법 민사8부 홍기태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은 고흥만(득량만) 방조제 담수 방류가 주변 어장에 미친 영향을 둘러싼 환경소송의 항소심 심리를 앞두고 직접 현장을 찾았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고흥만 방조제 도덕면 쪽 고흥만교 근처 주차장에서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원·피고 측 대리인은 고흥반도 상세 지도를 펼쳐놓고 배수갑문 담수 방류의 영향에 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열띠게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와 대리인들은 30t짜리 행정선 ‘전남 203호’에, 지역주민 10여명과 취재진은 9.7t짜리 관광선 ‘갈매기호’에 각각 승선해 약 1시간30분 동안 고흥만 앞바다를 돌아봤다. 인공습지, 하수처리장 등에도 들렀다.

”최고의 어장이 최악으로 변했다”, “피조개·키조개·제사꼬막 할 것 없이 잘 잡히는 조개가 하나도 없다”.

피해를 본 어민들의 실감나는 증언이 쏟아졌다.

전도원(47) 남암어촌계장은 “맛난 능성어가 더 이상 잡히지 않는다”며 “농부가 거름이 부족해 황폐화한 밭을 포기할 수 없듯이 우리도 바다를 포기할 수 없다”고 애통해했다.

재판부는 현장을 방문하는 내내 긴장한 표정을 풀지 않고 어민들뿐만 아니라 고흥군 관계자 등 피고 측 입장까지 귀담아듣는 모습을 보였다.

용동어촌계에 속한 정원용(60)씨는 “원래 판사들을 떠올리면 위축되고 두렵기 마련이었는데 얘기를 나눠보면서 마음이 진정됐다. 좀 더 내 의견을 피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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